누가 더 나쁜 놈인가.
영화는 시종일관 주인공 해웅의 입장에서 이야기를 보게 만든다. 앞서도 설명했던 것처럼, 서민들의 이익을 주장하다가 낙천까지 된 그였던지라 이런 몰입은 자연스럽게 느껴지기도 했다. 하지만 궁지에 몰려 자신에게 돈을 빌려준 사채업자와 거래를 하고, 건달과 손을 잡고, 지검장인 고등학교 선배와 검사들에게 뇌물과 성접대를 하고, 끝내 부산 바닥을 쥐고 있는 순태와 마주하며 거래를 하는 모습까지 보고 있으려면 어쩔 수 없이 거리감이 생긴다.
영화 막판, 그동안 해웅과 손을 잡고 있던 건달 필도가 순태의 꼬임에 넘어가 해웅의 뒷통수를 치는 장면에서는 ‘아 결국 이렇게 되는 건가’ 싶었지만, 그마저 반전이 있었고, 결국 제거된 건 필도였다는 깨닫는 순간, 이 영화 속 최고의 희생자가 필도였다는 생각이 든다. 물론 그 역시 “동생들”을 거느리고 다니는 건달끼 다분한 사채업자에 불과했지만.
영화 속에서 해웅은 필도에게 두 번인가, 머리는 자신이 쓸 테니 너는 몸을 쓰라는 식의 대사를 내뱉는다. 무식한 건달은 복잡한 정치 얘기를 잘 모를 테니 시키는 대로만 움직이면 된다는 뜻이었을 텐데... 어쩌면 필도는 그 말이 못내 자존심이 상했던 걸까. 그래서 자신을 팔아 먼저 빠져나가려고 하는 듯한 해웅의 진술녹음을 들으며 순태와 손을 잡았던 것일 지도 모른다. 하지만 결과는 해웅과 손잡은 순태에게 제거되는 운명. 진짜 나쁜 놈은 잘 빼입은 옷을 입고, 큰돈을 쥐고 세상을 움직이는 놈들이었던 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