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서 윤리적 고민은?
그런데, 그렇게 너무나 일상적이고 보통의 사람들과 같은 고민을 하는 주인공이, 사람을 죽이는 이 자체에 대한 고민은 하지 않고 있다는 점이 오히려 위화감이 느껴지기도 한다. 물론 영화적 상상과 각색이 들어가긴 했겠지만, 그래도 되나 싶은.
물론 영화 속에서는 잠시 윤리적 고민을 하는 복순의 모습이 등장하기도 한다. 아들의 입시 비리 사건(응?)이 터지면서 국무총리 되지 못할 위험에 처하자, 그런 아들을 죽여 달라는 어이없는 정치인의 의뢰 건이었는데, 복순은 그 의뢰를 실패했다고 보고하기로 하고 그로 인해 파문이 일어난다. 하지만 그녀가 지금의 명성을 얻기까지 해왔던 수많은 작업들에 대해서는 그런 고민을 하지 않았던 것 같으니...
때문에 영화는 자칫, 범죄자들에게 서사를 부여함으로써, 그들이 저지른 일 또한 어쩔 수 없었다는 식의 핑계를 더하는 결과를 내버렸을 지도 모른다. 딸 때문에 일을 그만두고 싶어하던 복순이 계속 업계를 떠나지 못하는 건, 애를 키우는 데 돈이 많이 들기 때문이라는 이유 때문이었다. 그렇게 사람을 죽이는 일로 돈을 번 그녀는 굉장히 넓은 베란다를 갖춘 집에서 여유롭게 생활하고 있었으니....
전반적으로 스타일리시한 영상을 보여주긴 했지만, 딱 거기까지라는 느낌이다. 철학적인 고민이라든지, 정의와 같은 높은 가치관에 대한 고려는 잘 보이지 않는다. 오락 영화 정도로 보면 될 듯.