귀한 서점에 누추하신 분이 - 세상 끝 서점을 찾는 일곱 유형의 사람들
숀 비텔 지음, 이지민 옮김 / 책세상 / 2022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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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 봤을 때 제목이 잘못 인쇄된 줄 알았다. “귀한 서점에 누추하신 분이”라니... 보통은 그 반대로 수식어를 붙이지 않던가. 하지만 책의 내용은 정말로 제목 그대로다. 일상 에세이와 약간의 과장 섞인 판타지가 섞인 이 책의 작가는 소위 헌책방(중고서점)의 주인이고, 그는 이 책에서 자신의 서점에서 만난 조금은 신경 쓰이는 사람들을 위트 있게 고발(?)한다.


이 정도 설명만 들으면 이 책의 어디가 특별한 내용이 있을까 싶지만, 이 책의 독창성은 작가가 손님들을 분류하는 방식이다. 책은 9장으로 구성되어 있는데, 각각의 장마다 그에 속한 유형의 손님들을 모아서 분류했고, 이 과정에서 마치 분류학자들이 하는 것처럼 각각의 유형을 설명하는 라틴어식 분류명을 붙이고 있다. 예를 들면 “열성(극성)부모” 항목에는 “파렌테스, 글로리아이 쿠피디”라는 분류명이 붙어있다. 직역하면 “명성을 갈망하는 부모”다.


장사가 잘 안 되는 작은 헌책방에 앉아서, 가끔 들어오는 사람들을 관찰하며 이런저런 잡문들을 쓰다가 책으로 엮었나보다 생각할 수도 있지만 그건 오해인 것 같다. 작가는 스코틀랜드에서 가장 큰 중고서점(장서만 10만 권 이상이라고 한다)의 사장이라니까. 개인적으론 좀 부럽다.





책 전체에 서양식 유머가 가득하다. 예를 들면 “그다지 조용하지 않은 사람” 항목에는 휘파람 부는 사람, 코를 훌쩍이는 사람, 콧노래 하는 사람, 방귀 뀌는 사람, 쯧쯧 차는 사람이 속해있는데, 이들이 조용한 중고서점에서 들어가서 얼마나 주변 사람들의 신경을 거슬리게 하는지를 우스꽝스럽게 묘사한다.


물론 이런 유머는 모든 사람에게 통하는 게 아니라서, 애초에 중고서점 같은 데 가본 적이 없는 사람(또는 그냥 책에 별 관심이 없는 사람)에게는 거의 별 의미를 갖지 못하는 유머일 것이다. 여기에 나온 이야기를 보며 킥킥 웃을 수 있다면, 책 내공이 어느 정도 쌓인 사람이라고 봐도 무방하다.


전체적인 내용을 너무 진지하게 볼 필요는 없다. 그냥 웃으면서, 주변에서 이런 사람을 본 적이 있지 않나 잠시 떠올려보며, 다시 헌책방으로 발걸음을 옮길 수 있으면 그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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