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 S. 루이스, 기쁨의 하루
C.S. 루이스 지음, 홍종락 옮김 / 홍성사 / 2010년 12월
평점 :
구판절판


요 근래 두란노 출판사에서 C. S. 루이스의 글 중 일부를 짧게 발췌해서 몇 권의 책을 펴냈었다. 그 중 세 권은 작고 얇았고, 한 권은 나머지 세 권을 합친 것 정도 되는 양이었다. 작은 책들은 기도, 신앙, 독서라는 주제에 따라서 글들을 뽑아내서, 특정한 주제에 대한 루이스의 생각을 찾고 싶을 때 도움이 될 만도 했다.


하지만 역시 한국어판 C. S. 루이스라면 근본은 홍성사 아니겠는가. 루이스 정본 클래식이라는 시리즈로 거의 모든 루이스의 책을 출판한 만큼, 적어도 내 안에는 이 출판사에서 낸 책들이 훨씬 애정이 간다.


이 책 역시 앞서 말했던 두란노에서 낸 발췌집과 비슷한 기획이다. 차이가 있다면 이 책은 1년 365일에 해당하는 날에 맞는 루이스의 글들을 뽑아 배치했다는 것. 그리고 뽑아 놓은 문장이 좀 더 길어서, 그게 어떤 문맥에서 나왔는지를 파악하기에 용이하다. 각각의 날들 중 특별히 기독교의 기념일과 겹치는 날이면 그와 관련된 문장들이 실려 있기도 하다. 그리고 방금 전에 알게 된 사실은, 365일이 끝난 후, 매년 날짜가 바뀌는 기독교 축일에 해당하는 몇 개의 글이 더 추가되어 있다.


아, 우리 집에는 이와 비슷한 성격의 책, 아니 일력이 하나 더 있다. 이쪽은 달력처럼 스프링으로 제본되어 매일 넘길 수 있게 된 형식. 이 역시 홍성사에서 낸 건데, 문장은 훨씬 짧다.





자 쓰다 보니 책의 내용보다는 형식에 대해 말이 길어졌는데, 사실 이미 우리말로 번역된 루이스의 책을 모두 읽어본 상황에서, 이 책에 발췌되어 있는 글들이 아주 새롭다고는 할 수 없다. 대부분은 읽으면서 이전의 기억들들 되살리는 경험이 반복되었다. ‘아, 이런 글도 있었나’ 싶었던 내용은 솔직히 말하면 채 열 개가 되지 않았다.


하지만 루이스의 명문장들은 다시 읽어도 그 좋음이 어디 사라질까. 몇 번이나 읽었던 내용들도 눈길이 지날 때마다 다시 한 번 크게 고개를 끄덕이게 만든다. 그리고 이런 글들을 매일 읽을 수 있도록 편집을 해 놨다면 그 또한 유용하지 않은가.


사실 이번에 완독을 하는 데까지는 몇 년이나 걸렸다. 우선은 눈앞에 읽어야 할 책들이 늘 쌓여 있기 때문이었고, 이미 한 번은 읽어본 내용들이라는 생각에 조금 뒤로 밀린 감도 있다. 또, 워낙 두께도 두껍고, 글자는 또 살짝 작아서 눈에 편하지는 않기도 했고.


하지만 일단 완독을 했으니 새로운 계획이 생겼다. 가장 잘 보이는 곳에 이 책을 두고, 물론 잊어버릴 수도 있지만, 생각이 날 때마다 그 날 날짜에 맞는 글을 찾아 읽어보겠다는 것. 앞서 언급했던 일력을 매일 한 장씩 넘기면서 이 책까지 본다면, 그 제목대로 루이스와 함께 “기쁨의 하루”를 시작하게 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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