샘물교회 피랍사건.


영화는 지난 2007년 샘물교회 피랍사건을 바탕으로 만들어진 것 같다. 불안정한 정치상황으로 여행금지국가였던 아프가니스탄에 꼼수를 써서 기어이 입국했다가 결국 탈레반에게 사로잡혀 간신히 협상을 통해 풀려난 사건이다. 그 전후에도 비슷한 사건이 있었지만, 20명이 넘는 대규모 인원이 통째로 납치되었던 지라 당시에도 꽤나 크게 이슈가 되었었다.


결과적으로 이 사건은 한국 기독교회가 얼마나 고립된 사고방식에 빠져서 신앙생활을 하고 있는지를 보여주는 대표적인 예로 남았다. 사건이 벌어진 후 튀어나오는 교회 측의 반응은 어이없는 것들뿐이었고, 결과적으로 내부에서는 순교네 뭐네 하며 자화자찬하는 분위기였으나, 교회에 대한 사회의 큰 실망과 경멸을 초래했던 어처구니없는 사건이었다.


사건은 개신교 내의 잘못된 열광주의, 선교에 대한 몰이해, 안전에 대한 안이한 의식 등 총체적인 난국을 보여주었다. 다만 이 영화에서는 그런 부분은 최대한 제거하고 담담하게 이야기를 풀어나간다. 뭐 사건이 발생하고 인질들을 석방하기 위한 협상이 벌어지는 동안에 집중하고 있는 영화로서는, 사건 이후 드러났던 위의 문제 같은 걸 집어넣기에는 좀 어색하다고 느꼈던 것일지도 모르겠다. 그래도 인질로 잡혀 있는 동안 이상한 말을 하면서 관객의 어그로를 끌게 하지 않았다는 게 감독에게 감사할 따름.




외교부와 국정원.

영화는 사건을 해결하기 위해 나섰던 국정원 요원 박대식(현빈)과 외교부 공무원인 정재호(황정민)의 활약상을 중심으로 진행된다. 현지 경험이 많은 국정원 요원과 현지에 처음 도착한 외교부 담당자 사이의 티격태격 하는 모습과 낮은 직급의 현장요원을 무시한 채 일을 진행하려고 하는 외교부 고위 공무원의 모습이 주요 갈등요소다.


물론 여기에는 영화적 각색과 상상이 들어갔을 거고(영화 초반에도 공지된 내용이다), 영화를 보면서 당시 우리 정부나 의 대응을 비난하고 하는 식으로 나가는 건 넌센스다. 그래도 영화 속 비판지점은 기억해 둘만 한데, 사건 초반 현지에서 힘이 있는 부족장과의 교섭으로 인질들이 곧 풀려나게 된 상황에서, 국내의 한 방송사가 인질들이 선교를 하러 갔다는 걸 대대적으로 띄우면서 토론프로그램 방영을 강행하는 장면이다.


협상 과정에서 피랍자들이 현지 봉사를 간 거라고 해두었는데, 버젓이 공중파 방송에서 선교를 간 게 타당했느냐는 식의 이야기를 해대자 그 소식이 곧 아프간 현지로도 전해졌고, 이에 분노한 탈레반은 석방을 취소해 버렸다는 얘기다. 영화 속 메인 피디가 하는 말이 가관이었는데, 어차피 우리말은 알아듣지도 못할 텐데 무슨 상관이냐는 식.


여기에 앞서도 언급했던, 현지 요원의 경험은 무시한 채, 자신의 판단만 고수하려는 고위공직자들의 모습도 눈에 들어온다. 지나치게 뻔한 전개 아니냐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최근 우리는 꽤나 힘 있는 자리에 올라 그보다 더한 고집불통과 독선을 거의 날마다 뉴스로 보고 있으니까 뭐...




이 영화의 포인트는?


테러조직에 납치된 인질과 그들의 석방을 위해 목숨을 건 협상에 나서는 공무원의 이야기는 어디서 흥미 포인트를 찾을 수 있을까. 무기를 들고 있는 테러범과의 협상이라는 사건 자체가 긴장감을 조성하기는 하지만, 그 한 장면을 가지고 영화 전체를 끌어가기엔 조금 모자라게 느껴진다.


통상 이런 경우, 관객에게 분노나 두려움을 줄 수 있는 빌런을 만들어 내서, 미움을 쏟아 붓도록 하는 게 일반적인데, 감독은 굳이 그런 식을 선택하지 않았다. 사실 영화에서 최종적인 악한은 인질을 납치한 탈레반이라고 해야 할 텐데, 그쪽 진영에 관한 서사가 그다지 이루어지지 않아서 딱히 공감이든 반감이든 깊게 생겨나지 않는다.


그렇다면 액션이 주요 장르인가 싶기도 했지만, 또 그쪽이 훌륭해 보이는 것도 아니다. 영화 속에서 그런 걸 할 만한 캐릭터는 국정원 요원 역의 현빈 정도인데, 비슷한 캐릭터는 영화 “공조” 시리즈에서 했었고, 이번 영화에서는 크게 두드러지지 않는다.


결과적으로 영화는 황정민의 개인기에 크게 의존해 나간다. 조금은 열정과잉인 캐릭커가 좌충우돌하며 결국 일을 해결해 낸다는... 뭐 오락영화로서는 그럭저럭 볼만은 했지만, 뭔가 좀 더 깊은 생각할 꺼리까지는 던져주지 못한 느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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