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자는 신학을, 성경 본문에 관한 연구와 해석들이 모여 만들어진 오래된 기독교 전통으로 본다. 신학에는 교회가 보존해 온 풍성하고 귀중한 유산이 담겨 있다. 그걸 무시하는 사람은 바로 이 유산을 버리고 새 집을 지으려는 사람과 같다. 신학은 과거와 오늘을 이어주는 다리 역할을 하고, 복음이 변하지 않도록 지켜주는 울타리이기도 하다.
사실 초기 기독교의 역사는 신학 발전의 역사이기도 했으니 저자의 이 말은 크게 틀리지 않는다. 오늘날 많은 사람들이 무시하는 바로 그 신학(정통 신학)을 지켜내기 위해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희생했는지를 생각해 보면(뭐든 뒤집어엎는 걸 좋아하는 포스트모던 시대에는 그 시절 이단들에게만 피해자 서사를 입히기를 즐겨하지만, 실제 역사와는 좀 다르다), 오늘날의 상황이 살짝 민망할 정도다.
21세기를 살아가는 그리스도인들은 성경에서 바로 튀어나온 게 아니라, 2천 년을 버텨온(여기에는 바른 신학이 그 뼈대가 되었다) 동안의 신앙 공동체의 유산을 받아 일어난 후계자들이다. 내가 누구인지는, 그냥 내가 선언하기에 따라 결정되는 게 아니라 내가 어떤 유산과 역사를 이어 받았는지로 결정되는 법이다.
저자는 또한 신학이 온통 흩어지고 조각나 있는 세상에 대한 큰 그림을 그려가는 데 도움을 줄 수 있다고 말한다. 신학은 성경을 좀 더 선명하게 이해할 수 있는 창을 제공하기도 하고, 이 세상을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는 지도가 되기도 한다.
이렇게 큰 그림을 그린 후, 책의 2부에서는 지혜와 안녕, 경이라는 세 가지 주제를 바탕으로, 신학이 그리스도인들의 삶에 어떤 유익을 주는지를 아름답게 서술한다. 개인적으로는 이 중에서도 세 번째 주제인 ‘경이’ 부분이 가장 인상적이었다. 신학은 우리가 살아가는 세계와 우리가 공부해 가는 그분이 얼마나 크신지를 깨닫게 함으로써, 더 멀리까지 바라보도록 우리를 이끈다. 인생의 목표를 제시해주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