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책은 루터의 일생을 특히 출판업과 연결해 살펴보는 독특한 구성을 가지고 있다. 여느 전기에서 크게 주목하지 않았던 당시 출판업계의 발전상을 집중적으로 볼 수 있었다는 점에서도 흥미로웠고, 루터의 보호자였던 작센의 선거후 프리드리히 현공의 이중적인(?) 태도와 그 의 자리를 이어받은 후임자들에 관한 정보라든지 하는 부분은 이 책을 통해 새롭게 쌓아둔 지식이다.
루터라는 인물을 입체적으로 다루기 위해 노력한 점도 눈에 띤다. 사실 종교지도자였던 인물에 관한 글을 쓰다보면, 그에 대한 과대한 평가가 (어느 쪽으로든) 나오기 십상이다. 물론 최근 역사가들이 쓴 책은 나름의 객관성을 지니려고 애쓰고 있긴 한데, 이 책도 그런 줄에 서 있다. 책에는 루터라는 인물이 가진 장점뿐 아니라 그의 약점들도 가감 없이 써있다.
다만 그들이 말하는 ‘객관성’이라는 게 일단 까고 보자는 식이어서는 곤란할 텐데, 일부 본문들에서는 그런 느낌을 주는 해석들이 보인다. 특정한 결정을 루터의 인격적인 결함 탓으로만 돌리거나 하는 부분. 예컨대 그가 한 정치적인 타협(특히 농민전쟁과 관련해)이 당시 상황에서 불가피한 결정일 수도 있다는 가능성은 검토되지 않고 있다.(살짝 등장하는 칼뱅에 대해서도 마찬가지의 시선이 보인다.)
확실히 루터는 당시 유럽의 복잡한 정치, 종교적 상황에서 그런 엄청난 일을 할 수 있었던 유일한 리더였던 것 같다. 그가 가지고 있었던 활기와 (때로 고집으로 비춰질 수도 있는) 뚝심, 무엇보다 모든 일을 하나님의 섭리로 받아들이며 앞으로 계속 나아갈 수 있었던 용기 등은 그가 마주했던 일들을 처리하는 데 필수적인 요소였을 것이다.
물론 그에게도 약점은 있었다. 그토록 젊은 시절부터 생명의 위협을 받아온 사람이라면 어느 정도의 완고함은 생길 수밖에 없었겠다 싶으면서도, 특히 그의 개혁 후반부의 다양한 색깔의 종교개혁 세력들과의 연합에 실패했던 일은 두고두고 안타까운 부분이었다. 물론 여기에는 루터의 완고한 후계자들의 영향이 좀 더 강했지만.
루터의 일대기를 그리는 데 이 책이 베스트라고 할 수는 없겠지만, 일반적인 전기들과 달리 살짝 각도를 비스듬하게 해서 그를 바라본다는 점에서 나름 흥미로웠던 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