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크라이나는 현재 러시아 다음으로 유럽에서 넓은 영토를 가진 국가이다. 남부 지역에는 비옥한 땅이 있어서 엄청난 농업생산력을 자랑하고 있기도 하고, 그래서 최근 전쟁으로 이 곡물 추수와 수출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으면서 국제 곡물가격이 급등하기도 했을 정도다. 지리적으로도, 동유럽의 최동단에 위치해 러시아와 서쪽 유럽 사이를 잇는 통로이기도 하고, 남쪽으로는 지금은 러시아에 의해 불법 점유되고 있는 크름반도를 통해 흑해로 연결되는 자리이기도 하다. 이런 중요도에 비해 우리의 관심과 지식은 얼마나 적은지...
책은 이 흑해 북부 연안에 살았던 것으로 기록에 남아있는 스키타이인으로 시작한다. 물론 이들은 오늘날 우크라이나인들과 직접적인 혈연적 연관은 부족하지만, 아무튼 그 지역의 역사를 말하려면 빼놓을 수 없는 이야기이기도 하니까. BC 8세기 경 이 지역으로 들어온 유목민족인 스키타이인은 상당 시간 동안 꽤 번성하면서 오늘날까지도 남아있는 황금유물을 남겼다.
이후 오랫동안 여러 유목민족들이 지배하던 이 지역에 본격적으로 슬라브족이 나타나게 된 건 9세기나 되어서였다. 비로소 키예프 루스라는, 슬라브족 계통의 최초의 중요한 정치적 실체가 등장한 것이다. 이 나라는 오늘날 러시아, 벨라루스, 그리고 우크라이나의 기원 격이 되는데, 그래서 러시아와 우크라이나는 서로 자신들이 이 국가의 후예임을 자칭하고 있다고 한다.
그러나 이 나라는 몽골의 침입으로 약화되었고, 동쪽에는 모스크바를 중심으로 한 모스크바 대공국이 나타나 세력을 키우고, 서쪽은 리투아니아와 폴란드 등의 지배 아래 들어가게 된다. 이 기간 동안 자생적인 무장집단인 코사크가 나타나기 시작했고, 그 수장인 ‘헤트만’이 사실상 지배하는 지역이 나타났다. 일명 ‘헤트만 국가’다.
그러나 헤트만 국가는 태생적으로 불안한 지위에 있었고, 결국 이 땅은 동쪽의 (모스크바 대공국을 이은) 러시아 제국과 서쪽의 (폴란드를 밀어내고 그 자리를 차지한) 오스트리아 제국에 의해 분점되는 상황을 맞는다. 20세기 초 독립을 위한 다양한 정치세력들이 난립했지만 결국 독립을 이루지 못한 채 러시아 제국의 뒤를 이은 소련 치하에 들어가고, 이 기간 엄청난 수탈과 희생을 겪게 되었다. 그리고 마침내 1990년 대 초 소련의 붕괴를 틈타 우크라이나는 독립을 얻어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