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루레이] 월터의 상상은 현실이 된다 - 아웃케이스 없음
벤 스틸러 감독, 벤 스틸러 외 출연 / 20세기폭스 / 2014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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멍 때리기.


영화의 주인공 월터는 시도 때도 없이 멍 때리는 일이 빈번하다멍 때리는 게 일종의 뇌의 재부팅과 비슷하다며 가끔 그렇게 하는 게 도움이 된다는 말도 어디선가 들은 것 같은데이쪽은 상태가 좀 심각하다엘리베이터 안이나 사람이 많은 광장 한 쪽에서도 멍 때리기 일쑤니까.


그런데 월터의 멍 때리기는 엄밀히 말하면 아무 생각도 하지 않는 그런 시간은 아니었다그는 영화의 제목처럼 그 시간 상상의 날개를 활짝 펼친다마치 마블 영화 속 히어로처럼 밉상인 직장 상사를 때려눕히기도 하고짝사랑 하는 상대와 로맨틱한 연애를 하기도 한다이 모든 게 대낮에 일어난다는 면에서 백일몽(白日夢)이라고 부르는 게 정확할 지도 모르겠다.


사실 심리학에서 백일몽은 도피기제의 한 형태라고 한다현실에 대한 불만족으로부터 자신을 지키기 위해상상 속으로 빠져들어가는 매커니즘그런데 그 상상이 너무나 달콤하니까현실에서 주지 않는 만족감을 얻을 수 있는 그곳으로 들어가는 시간이 길어질수록진짜 세계에 오히려 적응하기가 어려워진다.


영화 속 월터도 비슷했다. 16년째 회사에서 사진현상이라는 같은 일을 하면서누구에게도 주목받아본 경험이 없었던 그는 온라인 연애사이트의 프로필란에 변변한 취향이나 경험을 채울 수조차 없었다그런 그의 상황을 바꾼 건 상상이 아니었다.





한 발자국.


월터는 우연한 기회로 사진 한 장을 찾기 위한 여행에 나선다그리고 이전이라면 그저 상상만 했을조금은 황당하고 환상적인 일을 경험하기 시작한다이 과정에서 소심하기만 했던 그의 성격에도 점점 변화가 일어나고이전보다 훨씬 더 매력적인 사람이 된다는 이야기다.


결국 그를 바꾼 건 상상이 아니라 모험적인 일에 한 발을 내딛은 것이었다처음 사진을 찾으려고 북유럽의 어딘가로 출발할 때까지만 해도 이런 모험을 하게 될 줄은 몰랐지만우선 그렇게 한 발을 내딛으니 자연스럽게 또 다른 발을 내딛을 수밖에 없었고그 과정이 반복되면서 그의 자리를 저만큼으로 옮겨놓은 것결국 상상을 현실로 만드는 힘은 오늘의 한 걸음이었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그가 꾸었던 꿈상상이 아무 소용이 없었다고만은 할 수 없을 것도 같다그가 상상하지도 않았다면무엇을 할 수 있는 기회도 없었을 테니까꿈을 꾸는 시간도그걸 현실로 옮기는 시간도 모두 소중한 법.





파랑새.


영화는 파랑새 이야기와 비슷한 구조를 지니고 있다우리가 간절히 찾던 것이 알고 보니 우리 곁에 있었다는 내용월터가 수많은 모험을 하는 기회를 제공해 준 여행은 잃어버린(것으로 생각했던필름을 찾기 위해서 사진작가를 찾아 나서기 위한 것이었는데북유럽의 오지를 돌아다니고 있는 작가를 만나기 위해 온갖 고생을 하게 되었던 것.


사실 생각해 보면 회사가 인수합병 되면서 곧 사라질 상황이었고새로 들어온 임원은 월터와 그의 작업을 무시하기만 하는 상황에서 그가 그렇게까지 열심히 필름을 찾아 나설 이유가 있었을까 하는 생각도 든다그리고 이쯤해서 떠오른 건 그가 찾으려 했던 건 단지 필름이 아니라자신의 존재 이유가 아니었나도 싶고그는 자신이 하는 일이 중요하다는 것을 보여주고 싶었고영화의 결말부에서 그 필름의 내용이 잡지 표지에 실리면서 그건 증명되었다.


그런데 그건 결과를 보니 그렇다는 것이고애초에 월터가 무언가를 찾기 위해 나서지 않았더라면 그게 자신의 지갑 속에 있는지 어땠는지 알 도리도 없었을 테니까우리는 파랑새를 찾기 위해 먼 길을 떠나야 하고그 길의 끝에 집으로 돌아왔을 때 그걸 발견하는 일을 반복해야 할 운명인가 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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