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00페이지에 가까운 내용이 꽉 차있는 책이다. 분량도 분량이지만 담겨 있는 내용이 결코 쉽지 않아서, 꼭꼭 눌러가며 읽어 가는데 일주일이 훌쩍 넘게 지나버렸다. 40년 동안 인도에서 선교사로 사역해온 저자의 경험과 교회와 선교에 대한 깊은 고찰이 잘 어우러져서 ‘고전’이라고 불릴 만한 작품이 나왔다.
이 책이 나온 지 10년이 훨씬 더 흘렀지만, 여전히 뉴비긴이 말하고 있던 다원주의에 대해서 교회는 적절한 대응법을 찾지 못하고 있는 것 같다. 사실 이 주제에 대해 진지하게 고민을 하고 전략을 짜는 일 자체가 보기에 드물기도 하다. 그 결과 교회의 사회적 영향력은 거의 상실된 것처럼 보인다. 일부 개별 교회들이 열심히 존재감을 드러내고 있긴 하지만, 사회 전반에서 기독교나 신앙의 위치는 어디까지나 개인적 신념의 영역으로 밀려난 지 오래다.
좀 더 정확히 말하면 대응책은 이미 나와 있는 셈이다. 문제는 우리가 거기에 관심이 없다는 점이고, 이렇게 된 데에는 문제의 심각성을 제대로 인식하지 못하고 있거나, 아예 문제를 파악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기껏 나오는 반응이 언론이 문제라는 식의 불평뿐이라면, 우리는 이 판 자체를 흔들 능력을 영원히 갖지 못할 것이다.
사실 늦은 때는 없다. 애초에 기독교는 매우 적대적인 상황 속에서 300년을 시작했고, 오히려 그 과정에서 교회의 가장 큰 무기인 희생과 사랑, 진리에 대한 열정을 성장시켜왔으니까. 여전히 많은 자원을 가지고 있는 교회가 제대로 문제를 인식하고 힘을 합쳐 해결하기 위해 나선다면, (물론 쉬운 일은 아니겠지만) 미래는 달라질 수도 있다.
훌륭한 현실 인식과 선교를 바탕으로 한 교회론을 훌륭하게 그려낸 게 장점인 책. 한 번은 읽어볼 필요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