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가?
누구를 사냥하는가도 중요한 포인트지만, 사실 이 영화에서 좀 더 중요한 포인트는 누가 그 사냥을 하느냐다. 영화의 주요 등장인물은 안기부 차장을 맡고 있는 박평호(이정재)와 김정도(정우성)인데, 각각 국내파트와 해외파트를 담당하는 인물이다.
영화 초반에는 이 두 사람이 서로를 치열하게 견제하는 모습이 긴장을 불러일으키고, 둘의 전혀 다른 성격과 배경, 그리고 정체가 드러나면서 이야기는 훨씬 복잡해진다. 그리고 마지막 사냥이 일어나는 현장에서 두 사람의 선택이 엇갈리는 장면에서 절정을 이루고. 이야기의 구조는 꽤 잘 짜여 있는 것 같다.
이야기를 흥미롭게 만드는 건 두 사람의 배경이 전혀 다르다는 점에서 발생한다. 한 사람은 북한과, 또 다른 사람은 군부 내 반독재세력과 연계가 있다. 그런데 두 사람의 목적이 일치한다는 점이 또 아이러니하다. 남한의 대통령을 제거해 생긴 혼란을 틈타 적화통일을 시도하려는 북한과 국민을 학살하며 정권을 유지하고 있는 독재자를 제거해야 한다는 군부 내 소장파. 두 사람 모두 죄 없는 민간인들의 희생을 막아야 한다는 생각에는 일치하고 있었지만, 또 이게 결말부에서 두 사람의 행동을 엇갈리게 만든다.
양쪽의 선택이 모두 어느 정도 공감이 가기 때문에, 일방적인 선악과 진영논리를 넘어서 생각할 여지를 제공해 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