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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 ㅣ 고래뱃속 창작그림책 40
명은주 지음 / 고래뱃속 / 2022년 5월
평점 :
평생 동안 우리에게 주어진 시간의 약 1/3을 쏟는 일이 바로 잠이다. 아주 어린 시절에는 하루의 거의 대부분을 잠으로 보내다가, 자라면서 점점 자는 시간이 줄어들어 가끔은 밤잠을 설치면서 뭔가를 하기도 한다. 늙으면 잠이 줄어든다는 말도 있지만, 사실 깨어있는 시간이라고 해서 모두 명료한 정신을 유지하고 있는 건 아니니까.. 어쩌면 다시 잠자는 시간이 늘어나는 것일지도 모르겠다.
잠은 꿈꾸는 시간이기도 하다. 다양한 제약들로 현실 속에서는 이루지 못했던 일들이 꿈속에서는 무의식의 도움을 받아 실제 행동으로 옮겨지기도 한다. 어떤 경우 그건 간절히 만나고 싶었던 사람들을 볼 수 있는 기회이자 기쁨이기도 하지만, 물론 악몽과 같은 일들도 있다. 어찌되었든 잠은 그렇게 인간 상상력이 활동할 수 있는 무대를 만들어 주기도 한다.
어린 시절을 떠올려 보면 그런 잠을 대체로 좋아했던 것 같지만(학생 때는 왜 이렇게..), 또 항상 잠을 좋아하지는 않았던 것 같기도 하다. 늦은 밤까지 해야 할 일(시험 공부라던가, 게임이라던가)이 있다면 잠은 언제나 늦추고 싶은 불청객이었고, 그보다 조금 어렸을 때는 사춘기와 연결되어서 죽음에 관한 감각의 한 자락을 마주하는 것 같은 두려움도 있었다. 최근엔 침대에 누워도 쉽게 잠이 들지 않아서 더 걱정이지만.
서론이 길었다. 이 책은 잠에 관한 심리적, 사회적 연구를 담은 게 아니라, 그림책이다. 큼지막한 판형에, 딱 동화 같은 그림체로, 잠이 들지 못하는 주인공의 심리를 재미있게 그려낸다.
재미있는 건 작가가 잠에 빠져 들어가는 것을 정말로 어떤 구멍 속으로 빠지는 모습으로 그려내고 있다는 부분이다. 교실이든 침대든, 심지어 버스 안에서도, 잠이 드는 사람 밑에는 어김없이 커다란 구멍이 하나씩 만들어진다. 필요할 때마다 그런 구멍을 만들어서 잠에 빠질 수 있다면 참 편할 것 같다.
그림이 귀여워서 아이들이 흥미를 가질 수 있지 않을까 싶다. 자기 전 읽어주면 좋을 듯?