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통기한이 끝난 꿈이라도, 유효기간이 지난 건 아닐 수 있다는 말이 인상적이다. 작가의 어머니가 공부를 시작하셨다는 이야기와 함께 등장하는 표현인데, 이전보다 훨씬 더 바쁘게 하고 싶은 일들을 하시며 보내는 어머니도 참 멋지다는 생각이 든다. 우리 어머니도 이젠 그렇게 사셔도 좋을 텐데.
결국 중요한 건, 남에게 내가 어떻게 비출까 하는 게 아니라, 내가 정말로 행복할 수 있느냐다. 물론 다른 사람들의 인정도 행복을 느끼게 만드는 한 요소이긴 하지만, 그렇게 만들어진 자의식이 제제로 우리를 지지할 수 있을 리 없다. 마치 별풍선에 목매는 BJ처럼 점점 자극적이고 꾸며낸 모습에 집착할 수밖에. 뒤에 남는 공허함은 자신의 몫이고.
요즘 들어 살면 ‘얼마나 산다고’라는 식의 생각을 종종 한다. 사람들의 눈치를 보고, 아직 일어나지도 않은 일을 미리 당겨서 걱정하고, 그렇게 삶에서 즐거운 일들은 늘 ‘언젠가’라는 뒤로 미루기만 하다가 나중에 후회하는 모습 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일까. 그러고 보면 최근 내가 살고 있는 모습은 조금 답 없어 보이기도 하지만, 또 이렇게 사는 사람도 있는 거니까.
조금은 가볍게 살아다는 건 생각 없이 대충대충 시간을 보낸다는 것과 다르다. 이쪽은 삶을 좀 더 밀도 있게 살아갈 수 있는 한 가지 방식인 반면, 저쪽은 그저 아무 것도 하지 않는다는 뜻이니까.
사실 책이 뭔가 대단한 길을 알려주거나 방식을 소개해주는 건 아니다. 다만 우리 어깨를 무겁게 누르고 있는, 하지만 굳이 지지 않아도 되는 짐을 잠시 내려놓고 나를 찾는 시간을 가져보는 게 필요하다는 메시지는 충분히 도움이 된다. 책 후반부에는 살짝 무게감이 느껴지는 글도 몇 개 있지만, 전반적으로는 가볍게 읽어나갈 수 있었던 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