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럼직하다.

영화는 인천에서 하와이로 향하는 한 여객기 안에서 벌어진 생물학 테러를 바탕으로 전개된다테러범이 자신의 계획을 미리 알리는 동영상을 게시했는데도 불구하고영화 초반 경찰과 항공사그리고 관계당국은 우왕좌왕 제대로 뒤를 쫓지도 못하는데문제는 이게 그럼직하다는 것.


다행스럽게도 우리나라는 아직은 테러에서 상대적으로 안전한 나라이다 보니 관련 경험이 전혀 없을 것이고최근 비 좀 내렸다고 대통령부터 시작해 범정부차원의 헛발질을 하는 걸 보면 매뉴얼이 있다고 해도 제대로 되지 않을 것 같다는 느낌도 든다.


영화 속 미국과 왜국은 테러를 당한 항공기가 자국의 공항에 착륙하는 걸 허락하지 않는다심지어 왜국 정부의 경우는 영화 제목이기도 한 항공기 비상선언을 했는데도 불구하고(이 선언이 내려지면 최우선적으로 착륙에 필요한 조치를 해야 한다고 규정되어 있다고 한다전 세계 공통적으로공군기까지 출격시키면서 착륙하려는 민항기를 위협한다.


그런데 이 또한 그럼직하다물론 항공기에 탑승하고 있는 피해자들에게 감정을 이입하고 있는 상황에서 이런 조치들은 분통터지는 일이겠지만이미 전 세계적으로 자국우선주의가 널리 퍼져있는 상황에서정체를 알 수 없는 생물학 테러를 당한 사람들을 자국의 영토에 내리게 한다는 건선거로 뽑히는 정치인으로서는 쉽지 않은 일일 테니까.


사실 그보다 더 리얼한 건영화 내내 한 번도 얼굴을 보이지 않는(테러 있다고 퇴근을 미룰 순 없었을지도대한민국의 대통령의 결단이다모두에게 거절당한 항공기가 결국 귀항하고 있는데도 여론의 눈치를 보며 회의만 하다가 착륙허락을 내주지 않는다이 또한.... 그럼직하다.





감정적이다.

물론 이런 테러가 발생하고 그 현장에 있거나자신과 관련된 사람이 희생되거나심지어 책임자의 자리에 있거나(이쪽은 경우에 따라서 다름하면 감정적으로 흥분할 수밖에 없다당연하게 등장하는 승객 빌런은 끊임없이 감염자와 비감염자를 편 갈라 좁은 비행기 안에서 분란을 일으키고감염자들이 착륙하려는 공항에 나타난 시민들은 자기가 사는 지역에 비행기가 내리지 못하도록 시위를 벌인다.(데자뷰?)


그런데 이런 지상의 소식을 들은 비행기 승객들이자신이 자기 가족에게 전염시킬 지도 모른다는 이유로 착륙하지 말자고 하는 부분은 조금 과하지 않았나 싶다물론 남을 위해 자신을 희생하는 건 대개 훌륭한 일로 여겨지곤 한다하지만 그 안에 타고 있는 150여 명의 다른 승객들의 입장 중 과연 단 한 명도 다른 생각을 하는 사람이 없었을까?


어쩌면 그런 상황에서 다수의 분위기 몰이에 밀려 자신의 목숨을 포기하는 경우도 있었을지 모른다생명은 애초부터 값을 매기기 어렵기에숫자의 비교는 절대적인 의미라고 할 수 없다영화는 그 결단을 이어지는 영상통화 장면들과 연결해 꽤나 감동적으로 묘사를 하지만글쎄..


개인적으로는 그렇게 우리 착륙하지 말자(그냥 다 같이 죽자)고 말하는 경찰의 아내의 말이 좀 소름끼쳤다사태를 어떻게 해결할까 한참 머리를 쓰고 있는데갑자기 튀어나와서 신파로 몰고 가면 어쩔..





이기심.

인간은 이기적이다이건 기본적인 상수다영화 속에는 수많은 사람들의 이기심과 탐욕이 등장한다영화 속 다국적제약회사가 바이러스를 비밀리에 국내로 가지고 들어오고백신까지 가지고 있으면서 철저히 함구하며 모른 체 하던 모습도 그런 이기심이었고착륙을 막기 위해 나선 시위대는 집단화된 이기심이 얼마나 괴물로 변할 수 있는지를 보여주었다.


누군가는 정신을 차리고 사태를 수습해야 하는데아쉽게도 영화에서 그런 사람은 보이지 않는다오직 비행기에 타고 있는 아내를 구하기 위해 자신의 몸에 바이러스를 주입한 경찰(송강호)이나조금 늦긴 했지만 자신이 책임질 테니 착륙시키라고 명령한 장관(전도연정도를 제외하면상식적인 판단을 내리는 사람들이 잘 보이지 않는다.


개인의 이기심과 탐욕은 하나둘 모여 그 이기심을 이뤄줄 것 같은 정부를 만든다부동산투기의 염원은 부동산투기 환경 조성을 하는 국회의원과 정부를 구성하는 결과를 낳는다다만 문제는 이기심이라는 게 다른 사람의 이기심과 쉽게 일치가 되지 않는 특성이 있는지라언젠가 또 다른 사람들의 이기심에 내가 희생될 수도 있다는 것.


실제로 영화 속에서 감염자와 비감염자를 나누며 완장질을 하던 빌런은 결국 자신도 감염되고 말았고감염자들 착륙을 반대하는 시민들에 관한 뉴스를 보면서 분통을 터뜨린다자기가 하던 일은 생각하지 못하냐고 누군가 쏘아붙인 장면은 아마 영화를 보는 사람도 같은 마음이었을 듯.


정치의 가장 큰 역할은 그렇게 이기적인 개인들이 모인 사회가 최소한 파국으로 치닫지 않게 조율하는 일이다과연 우린 그런 정부를 갖고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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