체리토마토파이
베로니크 드 뷔르, 이세진 / 청미 / 2019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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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은 프랑스의 한 작은 시골마을에서 살고 있는 90세의 할머니 잔의 일기 형식으로 구성되어 있다남편은 일찍이 세상을 떠났고물려받은 저택에서 혼자 살아가고 있지만그녀의 생활은 하루하루가 알차다.


물론 그렇다고 해서소설 속 잔이 뭔가 엄청난 모험을 한다거나 그런 건 아니다. 90세라는 나이는 그런 것들을 하기에는 조금 무리일 테니까대신 잔은 이웃집에 사는 노부부나 마을에 사는 친구들과 만나 식사를 하고카드게임을 하고수다를 떤다일요일마다 성당에 가는 것도 잊지 않았고.


정원에서 가꾸고 있는 텃밭을 관리해 주는 정원사와일주일에 한 번씩 와서 집안일을 도와주는 가정부종종 찾아오는 자식들과 손주들도 그녀가 만나는 사람들이다여전히 스스로 운전도 할 줄 알고사람들을 위해 음식을 조금씩 해서 냉장고에 저장해 두는 건 중요한 소일거리다.





봄부터 시작해 겨울로 끝나는 이 지극히 평온한 어떤 할머니의 일기를 보며 묘한 편안함이 느껴진다오래된 생활 습관을 그대로 유지하는 잔에게는쉴 새 없이 울리는 휴대폰의 알람도별 공감이 되지 않는 다른 사람의 글과 사진에 좋아요를 눌러야 한다는 압박도끊임없이 나의 능력을 보여주어야 한다는 스트레스도 없다그저 날씨에 따라몸 컨디션에 따라 하루하루 하고 싶은 일을 해 나갈 뿐.


문득 전에 봤던 일본 영화(그리고 우리나라에서도 김태리 배우 주연으로 리메이크를 했었던) “리틀 포레스트라는 작품도 떠오른다시골 마을에 내려온 젊은 여성이 혼자 생활하면서 주변에서 나는 재료로 음식을 해 먹는 이야기일 뿐이었는데도 보는 사람에게 편안함을 주었던.


요샌 이런 걸 힐링이라고도 부르지만사실 그런 걸 본다고 뭔가 치유가 일어나지는 않는다다만 우리 안에 있는스트레스로부터 벗어나고 싶은 욕구를 일깨울 뿐현대인의 삶이란 너무 많은 것을 신경 써야 하고그러다 보면 하루하루가 어떻게 지났는지도 모를 정도로 시간이 손에서 빠져나간다우리는 한참이나 지난 후에야그렇게 흘려보낸 날들이 얼마나 소중했는지를 깨닫곤 한다.


물론 잔의 모습이 우리 모두가 따라가야 할 삶이라고까지 할 수는 없겠지만적어도 오늘 하루를 어떻게 보내고 있는지너무 각박하게여유 없는 삶을 살고 있는 건 아닌지 돌아보게 만들어준다잘 산다는 건 하루하루를 뭔가로 꽉꽉 채우는 것과는 좀 다르다는 걸 깨다는 건 중요한 일인 것 같다.



곳곳에서 발견되는 노인의 통찰도 인상적이고노인 특유의 고집을 유머러스하게 표현해 내는 부분도 재미있다전반적으로 재미있게 읽을 수 있었던 작품왜 책 제목이 체리토파토파이냐면... 할머니가 파이에 넣을 체리를 냉동실에서 꺼내려다가 실수로 작은 체리토마토(방울토마토)를 꺼내 넣어버렸던 에피소드에서 나왔다토마토 파이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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