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 예비적 연구를 통해 저자는 일베의 성격을 규정하려고 시도한다. 그들은 우리가 흔히 일베 하면 떠올리는 과격한 극우집단이라기 보다는, 보수적인 가치관을 가지고 있으면서, 자신들이 바라는 (이전 시대에는 전형적인 모습이었던) 안정적 가정을 얻을 수 없게 된 상황에 좌절해 자조감에 빠져있는 젊은이들이라는 것.
요컨대 일베, 혹은 일베 현상이란 모든 것이 무너지고 불안정해진 오늘날의 사회 상황이 만들어 낸 결과물이라는 말로 들인다. 물론 그렇다고 해서 그들이 배설하는 온갖 텍스트의 쓰레기들까지 온정적으로 볼 필요는 없겠지만, 근본적인 문제를 보지 않은 채 그저 욕만 한다면 상황이 나아지지 않을 테니까.
다만 같은 상황에 처해 있는 모든 사람이 일베화되지는 않는다는 점에서, 이런 분석이 가지는 한계도 분명 존재하지 않나 싶다. 20대 남성이 주류라고는 하지만 이미 10대 청소년들의 보수화, 또는 일베화도 상당부분 진행되었다는 조사도 있는데, 이들 또한 비슷한 프레임으로 분석이 가능한 것일까. 또, 10년 전 20대였던 지금의 30대와 그 이상들은 일베와 완전히 분리할 수 있을까?
최근 우리는 이준석이라는 일베의 ‘현신’을 마주하고 있다. 말과 글이 육신을 입는 일종의 성육신의 일베 버전이다. 헌정 사상 처음이니 뭐니 하는 과장된 수식어를 동원해 가며 엄청난 의미를 부여하는 이들도 있지만, 그런 태평한 소리나 하고 있을 때가 아니라고 처음부터 느꼈다.
물론 ‘극단적’이라는 수식어가 붙은 사람이나 집단은 언제든 쉽게 말이 통하지 않는 상대이긴 했지만, 이준석이 비판하며 싸우는 대상 중 하나인 기존의 보수세력은 그래도 최소한 눈치는 보고, 염치는 지키려는 시늉은 하지 않았던가. 수해 현장에 와서 사진 잘 나오게 비 좀 왔으면 좋겠다는 망언을 한 국회의원은 자신의 이야기가 알려지자 면목 없다는 표정으로 나와 대국민 사과는 하지 않던가. 같은 상황이라면 이준석은 어떻게 했을까?
그랬던 그가 당에서 축출되는 상황에 몰리면서, 눈물을 짜며 억울하다는 기자회견을 하는 모습을 보였다. 개인적으로는 그가 이전에 약자들을 향해 내뱉었던 말들이 자기에게는 해당하지 않는다고 믿고 있었나 보다. 이런 쿨하지 못한 모습을 또 일베는 어떻게 보고 있을지 살짝 궁금해지기도 하고.
일베에 관한 괜찮은 사회학 연구서. 주제에 관한 전반적인 이해를 넓힐 수 있었다. 페이지가 적지는 않았는데 생각보다 금세 읽을 수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