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가 진행되는 내내 조금씩 쇠약해져 가는 모습이지만, 종반부에 이르면 주인공의 상태는 급격히 악화된다. 아마도 호스피스 병원에 입원해서 마지막 날들을 보내고 있었던 것 같은데, 영화 속에서 결혼도 하지 않은 채로 조카를 입양해 길렀던 이모는 그런 사토루가 나나를 만날 수 있는 자리를 만들어 준다. 마지막 순간까지 자신이 사랑하는 고양이와 함께 있을 수 있는 건 조금은 행복한 일이지 않을까.
물론 단지 고양이만은 아니다. 주인공이 세상을 떠난 지 한 해가 지난 후, 그가 고양이를 맡기려고 했던 친구들이 한 자리에 모여서 그에 관한 이야기를 나누는 장면이 나온다. 그런데 그 분위기가 그리 심각하거나 어둡지 않고, 모두 떠난 사람을 추억하며 놀리기도 하고 즐거운 대화를 남긴다. 사랑하는 사람들이 떠난 자신에 관해 유쾌한 대화를 나누는 모습 또한 썩 괜찮은 결말일 듯하다.
그리고 무엇보다, 나나를 맡아줄 사람이 있다는 것도 행복한 일이 아니었을까. 동물을 기르는 사람들이 피할 수 없는 슬픈 일 중 하나가 동물의 이른 죽음이다. 대개 사람보다 수명이 짧은 동물의 특성상 어쩔 수 없는 부분. 하지만 영화 속 사토루는 나나보다 먼저 세상을 떠난다. 동물이 죽음을 받아들이는 방식이 사람과 다르다면, 그래서 조금 덜 감상적이고 의연하게 받아들일 수 있다면, 그리고 남겨진 동물이 충분히 돌봄을 받을 수 있는 상황이라면, 이런 순서도 조금은 괜찮을 것 같다는 생각도 들고.
사실 영화 자체의 완성도나 배우들의 연기력이 대단하다고는 말하기 어렵지만, 뭐 이런 영화는 고양이를 보는 맛으로 보는 거 아닌가. 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