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나토노트 1 (양장)
베르나르 베르베르 지음, 이세욱 옮김 / 열린책들 / 2000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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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개미』로 유명한 프랑스 작가 베르나르 베르베르의 소설이다. 제목인 『타나토노트』는 '죽음'과 '여행자'라는 의미의 그리스어를 합쳐서 만든 조어.




     이 소설은 죽음 이후의 세계를 탐구하고자 하는 시도를 그리고 있다. 일종의 독약을 통해 죽음에 이르게 만든 뒤, 전기충격으로 깨어나게 하는 것으로, 사람들에게 임사체험을 시키고, 그들의 증언을 토대로 사후세계의 지도를 완성해 나간다는.. 말만 보자면 허황되기 그지 없는 내용이지만, 베르나르의 다른 작품에서와 마찬가지고 여러가지 철학적인 질문들을 소설 안에서 던지고 있다는 점이 특색이다.


     저자는 여러가지를 소설 안에서 말하고 싶어한다. 절대적인 선과 악의 구분, 이와 연관되어 천국과 지옥에 대한 사색, 인과응보, 숙명론, 영생과 같은 기독교적인 주제들이 베르나르 베르베르의 소설 전반에 걸쳐 등장한다. 이는 저자가 무신론자, 적어도 기독교적인 신을 믿지 않는다는 것을 감안할 때, 이래적인 일이라고 할 수 있다. 아무래도 서양에서 태어났기에, 기독교적인 영향에서 완전히 벗어날 수는 없었다는 생각이 든다.

     하지만 베르나르에게서 나타나는 위의 주제들은 온통 뒤죽박죽인 채, 쉽게 결론을 내지 못하고 있다. 인간 이성의 가치를 매우 높게 보고 있기에, 이성에 따라 합리적인 삶을 사는 것으로 선을 이룰수 있다는 생각이 엿보이고, 모든 종교는 하나라던가, 종교의 목적은 평화라는 주장까지 보인다.

     근본적으로 하나님, 혹은 절대적인 신의 존재를 배제하고 접근하기 때문에 발생하는 문제라고 볼 수 있다. 베르나르 베르베르의 작품이 그 안에서 던지고 있는 여러 질문들에 명쾌한 해결책을 내지 못하고, 언제나 회의주의자와 계몽주의자의 사이에서 왔가갔다 하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는 것이 아닐까. 이 점이 내가 베르나르에게서 가장 아쉬운 점이다. 작가 개인으로써의 베르나르의 소설은 상당한 재능을 보여주고 있지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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