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형적인 엑소시즘 장르물.

영화는 구마의식을 행하고 있는 한 신부(배성우)의 모습으로 시작한다하지만 방 안에서 들리는 괴성에 문밖에 있던 어머니가 달려 들어오면서 의식은 실패하고결국 악마에 사로잡힌 소녀는 끔찍하게 죽음을 맞는다.


그 뒤 실의에 빠져 있는 신부의 형 강구(성동일가족이 한 집으로 이사를 가면서 또 다른 사건이 벌어진다이사 온 직후부터 이상하고 끔찍한 일들이 발생하고가족 중 한 명과 꼭 같은 모습으로 나타나 나머지 식구들을 위협하며 나선다도저히 이해되지 않는 사건의 배경에 초자연적인 일이 있음을 짐작한 가족은 강구의 동생인 신부 중수에게 도움을 요청한다그렇게 벌어지는 엑소시즘 한 판이 영화 중후반부의 스토리.


사실 영화 자체는 그리 새로운 게 없다전형적인 엑소시즘 장르 공식에 충실한데다가의식의 절차나 방식에 특별히 신경을 쓰는 것 같지도 않았고초반의 희생자와 그로 인해 실의에 빠진 주인공다시 한 번 기회를 얻어 성공한다는 이야기까지.


그렇게 치면 연애물이니 법정물이니 하는 장르물은 다 같다고도 할 수 있지만중요한 건 역시 디테일이 아니겠는가사람들이 관계를 맺는 방식이라든지이런 영화 같은 경우 엑소시즘에 동원되는 색다른 절차라든지그것도 아니라면 악마의 기발한 등장이라든지 하는이 중에서는 세 번째에 좀 힘을 기울인 게 아닌가 싶긴 하지만딱히 인상적인지는 않았다.






라틴어는 언제부터 주문이 되었을까

이런 영화를 보면 늘 나오는 게 신부들이 외우는 무슨 주문 같은 말들이다대개 라틴어인데내 짧은 라틴어 지식으로 봐도 금세 무슨 뜻인지 추측할 만한 간단한 성경어구혹은 신학 용어들일 뿐이다그런데 또 좀 강한 느낌의 발음에알아들을 수 없는 단어들을 연속해서 내뱉으면 그게 뭔가 있어 보이나 보다좀처럼 이런 류의 영화에서 라틴어 주문이 빠지지 않는 걸 보면.(악마가 라틴어만 알아듣는다던가..)


문득 언제부터 라틴어가 이런 식의 주문처럼 들리게 되었을까 하는 의문이 들었다물론 로망스어와 상당히 거리가 먼 동양 쪽 언어사용자들에겐 전혀 알아들을 수 없는 말이기도 하지만서양 쪽에서도 비슷한 느낌이다지금은 그런 라틴어를 사용하는 사람이 거의 사라졌지만어쨌든 상당수의 언어의 고대형태가 거기서 나왔으니좀 옛스러운 느낌을 주나보다.





고대 라틴어는 로마 제국의 확장과 함께 지중해세계 전역으로 퍼져나갔지만중세로 들어오면서 그 영역은 게르만족이라든지(중서부 유럽), 아랍인들(북아프리카와 서아시아), 슬라브족을 비롯한 동방에서 온 유목민족의 후예들(동유럽등이 나타나면서 사용지역이 위축되었다그나마 교회의 예배 언어로 유지되어왔기에 오늘날까지 남았었던 게 아닐까 싶을 정도.


문제는 그렇게 일상에서 사용하는 말과 교회 예배에서 쓰는 말이 달라지면서당장 글도 모르는 일반인들은 그저 예배 시간에 알 수 없는 말로 주문을 외우는 성직자들을 구경하는 수밖에 없게 되었다는 것아마 이 때문에 라틴어가 뭔가 신비한 느낌을 주는 주문 언어처럼 여겨지게 된 건 아니었을까 싶다어쩌면 우리가 이런 영화 속 라틴어 주문과 명령들을 들으며 느끼는 감정이 중세 일반인들이 교회에 갔을 때 느꼈던 것과 유사할지도.



주연을 맡은 배성우 배우의 고생이 썩 만족스러운 결과를 내지는 못했던 영화. 우선은 무슨 얘기를 하는지는 알아들을 수 있어야 했는데, 악마가 왜 돌아다니는지, 하필 다른 사람들의 모습으로 나타나는 이유는 뭔지, 그래서 오래된 스토브 안으로 끌려들어간 둘째는 어떻게 됐는지, 이 가족의 미래는 어떻게 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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