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속작의 저주?

전작이 인기를 얻었지만 그 후속작은 망한 예를 찾기란 결코 어렵지 않다수없이 많은 작품들이 전작의 흥행에 기대서 안이하게 제작했다가 참패를 겪곤 한다어쩌면 이 영화도 그 중 하나로 꼽히게 될지도 모르겠다분명 영화는 아직 이야기가 모두 풀려나오지 않았음을 암시하고 있지만그렇다고 두 시간짜리 예고편을 보는 걸 좋아할 사람은 많지 않을 듯하다.


영화는 전작을 거의 그대로 모방하고 있다예컨대 김다미라는 신인 배우로 큰 효과를 얻었던 감독은 이번에도 비슷한 과정으로 신시아라는 신인급 배우에게 주연을 맡겼지만전작의 인기가 단순히 그것 때문이었을까.


분명 전작에서 김다미의 연기는 신인티를 벗지 못했었고대사를 할 때마다 조금씩 그게 느껴졌다하지만 완숙한 연기력을 가진 중견 배우들이 잔뜩 포진하고 있어서 영화 자체가 안정적으로 넘어갈 수 있었다하지만 이번 영화에서는 얼굴도 제대로 구분되지 않을 정도로 그저 젊은 배우들을 쏟아부어놔서 무슨 대학생 졸업영화를 보는 듯한 불안감을 준다.


더구나 뭔가 세계관을 짜고 배경을 만들겠다는 의도가 있었다면 이야기에 좀 더 성의를 다했어야 했다하지만 대충 봐도 영화는 종반부의 결투씬에 모든 걸 쏟아 부은 듯했고나머지 90%에 해당하는 부분은 그저 금세 사라져버릴 투덕거림에 불과했다.


문제는 그 마지막 결투씬 조차 그리 스릴을 주지 못했다는 점전작의 경우 좁은 연구실이라는 공간 안에서 엄청난 파워를 지닌 주인공의 제한된 액션으로 큰 파괴력을 보여주었는데이번 영화는 애초에 완전히 오픈된 야외 공간에서 전혀 감흥이 없는 무협영화식 액션 전개만을 보여준다.






너무 가벼운 죽음들.

영화 속에는 많은 인물들이 별 설명 없이 죽어나간다예를 들면 영화 속 소녀를 도와주던 박은빈 배우의 캐릭터를 위협하는 용두 패거리(... 설명하는 것도 길다)는 영화 말미 그저 한 방에 대량학살로 퇴장해 버린다압도적인 능력을 가진 캐릭터들에게 손가락 하나 꿈쩍하지 못하고 쥐어 터지더니 나중엔 말 그대로 터져나간다.


영화 속에서 소녀를 여기저기서 쫓는다는 설정이라 갑자기 등장한 여러 초인적인 캐릭터들도 진주인공인 소녀에게 꼼짝 못하고 나가떨어지는 건 매한가지다전작의 최우식처럼 시종일관 깐족거리는 것까지 똑같았지만적어도 최우식이 맡았던 캐릭터는 애써 반격도 시도해 보고 했었는데 이건 뭐 광역기까지 난사하며 달려드는데 뭐 가까이도 못가는 수준이니..


물론 영화 속 죽음을 실제 죽음과 비교하기는 어렵겠지만특히나 이런 판타지 영화에서 그런 것까지 따지는 게 무의미하게 느껴질 수도 있지만그럼에도 이런 가벼운 죽음들의 남발은 영화의 수준을 더 떨어뜨리는 느낌이다과연 그들이 터져 죽을 만큼 큰 악을 저질렀을까.





왜 후속편은 안 만들었을까?

영화를 보는 내내왜 그냥 후속편을 만들지 않았을까 하는 의문이 가시지 않는다전편에서 김다미가 어딘가로 사라지는 모습으로 끝났던 차라이제 그녀가 무엇을 찾아다니고 어떻게 사건을 수습해 나갈지를 기대했던 관객으로서는 당연한 반응일 것 같기도 하다물론 그간 적지 않은 진통이 있었다는 걸 알았지만그래도 이제 영화를 만들 수 있을 정도로 넉넉한 지원까지 받았다면 충분히 후속편을 만들 수도 있었을 텐데 말이다.


개인적으로는 다음 편을 보긴 할 것 같지만그건 이번 영화가 흥미를 자아냈기 때문이 아니라여전히 전작에 기댄 기대감 때문일 것 같다뭐 늘 홈런을 칠 수는 없지 않겠지만그래도 타율이 좋은 타자라면 안타를 칠 확률이 높지 않을까 싶은 생각에서다.(물론 연타석 헛스윙 삼진을 당할 수도 있겠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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