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자들의 방 - 남자-되기, 유흥업소, 아가씨노동
황유나 지음 / 오월의봄 / 2022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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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 술을 마시지 않는다정확히는 마셔본 적도 없다당연히 여기 나오는 것 같은 유흥업소에 가본 적도 없고그 생리가 어떤지에 대해서도 제대로 몰랐다개인적으로는 이 책에서 가장 인상적이었던 건 다양한 유흥업소들 간의 운영 방식의 차이(텐프로와 텐카페가라오케와 노래바노래방의 차이를 아는가?), 그리고 들어보긴 했으나 뭔지는 제대로 몰랐던 보도방이라는 조직의 정체였다.


책은 크게 세 개의 장으로 구성되어 있는데내용상 두 개로 구분된다. 1장은 우리나라 유흥업소의 운영 방식에 짙게 배어 있는 남성위주의 문화에 대한 비판이 주요 내용이고(사실 이 내용은 책 전반에 깔려 있다), 2장과 3장은 실제 유흥업소에서 일했던 여성들을 인터뷰하면서 그들이 겪는 고충과 관련 업계의 구조적 문제점을 집중적으로 다룬다.



저자는 우리나라의 유흥산업을 규제하는 법률이 지극히 남성 위주로 되어 있음을 지적한다예를 들면 유흥업소의 접대부는 항상 여성으로 전제하고 있다그리고 이들 많은 업소들에서 성구매가 이루어지는 것을 알고 있기에’ 이 종사자들을 대상으로 정기적인 성병 검사를 요구한다.


생각해 보니 그렇다이미 법을 만드는 사람들은 그곳에서 성적인 관계가 이루어진다는 것을 인지하고 있음에도 그 불법적인 행위 가운데서 남성의 건강을 지키기 위한 조치만 취하고 있었다그것도 공식적으로 공창제도를 인정하는 것도 아닌 나라에서 말이다.


또 하나저자는 얼마 전 큰 범죄가 일어났던 버닝썬 같은 클럽의 운영방식에도 다양한 문제를 제기한다예를 들면 클럽에서는 일부 여성들에게 무료입장이라는 혜택을 준다그렇게 클럽에 여성들이 많아져야 테이블비와 술값을 지불하는 남성들도 늘어날 것이기 때문이다소위 물 관리의 한 방식이다.


더구나 그렇게 클럽에 무료로 입장한 여성들은 그들을 입장시켜 준 엠디가 소개하는 남성 게스트의 테이블에 가서 대화를 나누고 술을 마셔야 한다무료입장의 대가라고 해야 하는 걸까그런데 심지어 입장료를 지불하고 들어갔더라도 테이블 게스트가 아니라 플로어 게스트인 경우는 인형뽑기를 할 수 있는 규칙을 받아들여야 한다고 한다이건 뭐 신세계다.


저자는 이런 환경을 여성에게 폭력적인남성 위주의 문화라고 분석한다일견 그렇게 보이는 면도 있다그런데그런 유명한 클럽의 원칙과 운영방식이 이런 곳이라는 걸 알고 있다면그걸 알면서 플로어 게스트혹은 엠디를 통한 무료입장으로 굳이 그곳에 가는 여성들의 심리는 뭘까뭔가를 협박받아서 클럽에 가는 건 아니지 않은가?


이 부분에 관한 저자의 설명은 이렇다자기 돈을 내고 거액의 테이블을 잡아서 노는 것보다는이리저리 불려 다닐 정도로 자신이 인기 있는 (외모의여성이라는 걸 공개적으로 드러내는 게 더 좋게 여겨진다는 것이다저자는 여기에서 성차별적 세팅을 읽어내지만만약 어떤 여성이어떤 강제도 없이(물론 저자는 여기서 비공식적인 강제를 발견할지도 모르지만), 그 모든 클럽의 규칙을 알면서 그런 식으로 논다면(이 과정에 어떤 범죄행위도 발생하지 않는다면그 자체로 문제 삼을 수는 없지 않나 하는 생각도 든다.


그런 방식으로 노는 걸 좋아하는 여성도 있고그 자체가 문제는 아니다그게 여성의 객체화성적 대상화로 여겨진다면 그런 클럽은 가지 않으면 되지 않을까그리고 이쯤 되면여성들이 인형뽑기나 테이블 초대를 받지 않아도 되는 페미니즘적 클럽혹은 여성친화적 클럽 같은 걸 누가 만들지 않는 이유도 살짝 궁금해 진다.



책의 두 번째 부분은 앞서 말한 것처럼유흥업소 종사자들의 이야기다그들이 업소에서 일하면서 어떤 부당한 대우를 받고 있는지그것이 하나의 구조로서 어떻게 여성들을 억압하고 있는지에 관한 분석서다유흥업소의 형태에 따라 여성 접대부의 역할이 달라지고가능한 성적 접촉의 수준도 정해진다는 내용은 새로웠다술자리에서 벌어지는 추잡한 행동들은 조금 인상이 찌푸려지고.


그런데 여기서도 중요한 궁금증이 생긴다성범죄 관련 각종 법률이 강화되면서 이제는 예전과 같은 협박이나 납치감금선불금 따위는 이제 거의 사라졌다고 한다그 대신 떠오르는 게 보도방이라는 조직인데여성들을 모집해서 업소로 보내는 일종의 중계업체다여성들은 자유롭게 보도방으로 출근하거나 다른 보도방으로 옮길 수도 있고심지어 대부분의 종사자들은 월급제도보다는 자신이 일한 만큼 받아가는 현재의 방식을 선호한다고도 한다.


다른 말로 하면 보도방으로 출근하는 여성들은 자의에 의해서좀 더 많은 돈을 벌기 위해(인터뷰 내용 중에는 다른 일보다 시간당 보수가 높아서 선택했다는 대답도 있다그 일을 선택했다는 말이다저자가 문제시하는 건이 과정에서 정확한 업무에 관한 설명이 없다는 것업소에서 겪는 일에 관한 적절한 노동자 보호가 안 된다는 것그리고 일상적으로 일어나는 성적강요 등이다.(돈을 떼어먹고 안 준다는 말은 아예 없다그러면 다시 그 보도방으로 출근하지 않을 테니까.)


실제 업소에서 일해 본 종사자들의 생생한 인터뷰를 통해 그들의 일하는 방식을 그려볼 수 있었다그들이 하나의 정당한 직업으로서 자신들의 일을 생각하고 있다는 점도 알게 되었고그들에 대한 불쾌한 성적 접촉은 분명 옳지 않은 일이다다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성들이 그런 자리에 출근하는 건 아마도 다른 유형의 업소보다 높은 보수를 주기 때문이 아닐까 싶다.


보수를 받으니 그런 성적 폭력을 감수해야 한다는 말이 아니다애초에 그런 일방적인 성적 착취가 이뤄지는 일 자체는 없어지는 게 맞다고 본다다만 누가 여성들을 그곳으로 밀어 넣었을까물론 개개인이 처한 상황과 처지가 다를 수 있다급히 돈을 벌어야 하는다급한 상황일지도 모른다하지만 그런 특별한 케이스로 상황을 모두 설명하기는 어렵지 않을까?



저자는 기본적으로 이 모든 상황으로부터 남성 중심 구조에 대한 비판을 끄집어내려고 애쓴다심지어 자신이 직접 인터뷰를 했던 인터뷰이들의 입장을 착각으로 치부하고자신의 재해석을 대신 제시하기도 한다.


남성들이 업소에서 여성 종사자들에게 자신의 자랑과 과시를 끊임없이 하는 이유에 대해종사자들은 사회에서 제대로 대우를 받지 못했던 남성들의 인정욕구라는 인간적 동기라고 느꼈던 데 반해저자는 이것이 단지 사회에서 통용되는 논리의 답습이며실은 남성들이 자신이 여성 종사자들보다 우위에 있음을 드러내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한다물론 그렇게 봐야 하는 이유는 제대로 설명되어 있지 않고.


자연스럽게 처음부터 결론을 내 놓고 짜맞춘다는 느낌을 받는다저자는 문제가 되는 현실을 열심히 취재해 보고하고 있지만그 배경과 인과에 대한 해석에 있어서는 현장이 아니라 자신이 다른 곳에서 배운 결론을 계속 반복할 뿐이다. ‘남자들의 방이라는 책의 제목은유흥업소의 제한된 공간인 방에서 여성들에 대한 자신들의 우위를 과시하는 방식으로 남자가 될 수 있다는 지극히 이론적인(이 책의 장점이 현장성에 있는데도 불구하고결과물이었다.


책 전체에 걸쳐 남성에 대한 인터뷰는 전혀 없으며심지어 참고하고 인용하는 책들도 여성 저자들의 것일 뿐이다그렇다면 저자는 남성들의 사고에 대해서는 어떻게 알아낸 걸까남성 일반을 잠재적 성범죄자로우월주의자로 매도하면서도 합리적인 이유가 제시되지 않는다면 이 책이 갖는 의미는 평가절하 될 수밖에 없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책에서 지적하고 있는 현실 속 문제에 대해서 우리 사회는 분명 대답을 해야 한다다만 그 문제는신체의 자유에 대한 침해나 성을 대가로 비용을 지불하는 일의 부당성을 지적하고 사회적으로 공론화 하는 데서 시작해야 하지 않을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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