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애국주의 홍위병, 분노청년
김인희 지음 / 푸른역사 / 2021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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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종종 언론에 비친 중국인들의 몰상식한 행동들을 목격하곤 한다물론 몰상식이 어느 한 나라나 민족의 전유물만은 아니지만최근 보이는 중국인들의 행동 가운데는 확실히 그 도가 지나치다 싶은 것들이 많았다.


예를 들면 사드 사태 즈음해서 중국의 어떤 사람들은 한국의 롯데마트에 들어가서 식품들을 일부러 오염시키거나 상품을 훼손시키는 과정을 영상을 찍어 올렸다여기까지는 정신 나간 이들의 행동이라고 치부하고 넘어갈 수도 있지만문제는 그런 영상을 보며 환호하고 응원하는 사람의 수가 지나치게 많았다는 점이다.


또 하나얼마 전 방탄소년단이 미국을 방문해서 6.25 때 함께 싸우고 희생당한 한국과 미국 양국의 희생자들에게 감사를 표한 적이 있었다그런데 이 장면을 두고 어떤 중국인들은 왜 자기들에게는 감사를 표하지 않느냐며 분노의 화살을 난사해댔다생각해 보면 어이없는 일인데당시 중공군은 국군과 맞서 싸운 적이었다그런 자기들에게 감사해야 한다는 발상은그들이 이 전쟁의 성격을 철저하게 왜곡시켜 인식하고 있다는 걸 보여준다.


이 외에도 대만국적인 연예인 쯔위가 한 예능프로그램에서 대만국기를 들고 흔들었다는 이유로 비난을 퍼붓거나 그 소속사인 SM 홈페이지를 공격해 마비시키는 행동을 저지른 적도 있었다개인적으론 덕분에 그 연예인에 대해서 조금 더 알게 되었지만.



이 책은 이런 일련의 행동들이 단지 우발적으로 일어난 게 아니라고 말한다그 배경에는 소위 분노청년이라는 중국 내 특정 세력이 짙게 개입되어 있다는 것이다이들은 애국활동에 열정적으로 뛰어드는 젊은이들이다.(명칭에 붙은 분노는 이들의 활동이 꽤나 적극적나아가 폭력적이라는 걸 암시한다문제는 이들이 말하는 애국이 진짜 애국이 아닌 것처럼 보인다는 점이다사실 이건 소위 극우들의 전반적인 한계 같지만(아, 이쪽은 극좌인가).


그들은 위대한 중국의 가치를 적극적으로 알리고나아가 이를 훼손하는 것처럼 보이는 일제의 행동발언사상을 깨부수는 걸 목적으로 한다당연히 이 과정에서 온갖 비논리적인 주장과 선동이 난무한다심지어 중국은 제국주의적인 유전자를 갖고 있지 않기에중국이 일으킨 전쟁은 침략전쟁이 아니라는 헛소리까지도 아무런 거리낌 없이 할 정도.


이 책의 저자는 이들 분노청년의 사상적 근원에 마오쩌둥 시절의 홍위병이 있다고 진단한다마오쩌둥 개인을 우상화 해 숭배했던 광적 추종자들이었던 홍위병들은 대개 10대 초반의 어린 아이들이었다마오쩌둥은 그들을 이용해 문화대혁명을 일으켜서공산당 내 자신의 정적들을 제거하고 절대군주의 자리에 올랐었다.


분노청년의 등장은 그들을 이용해 정권을 강화하려는 중국 내 기득권 세력들이 조장한 것이었다이미 중국의 교육과정에는 아주 어린 시절부터 애국을 강조하는 내용이 잔뜩 채워져 있고이들의 활동에 대한 법적 제재도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고 있으니까.


그런데 최근에는 이들과 과격한 행동이 정권에도 어느 정도 부담이 되나보다시진핑은 소분홍이라는 새로운 과격 친위 팬클럽을 새로 만드는 대신, ‘분노청년들이 일으키는 사회분열을 해소하기 위해 유교사상의 충과 효를 강조하는 정책을 펴고 있다고 한다중국을 하나의 큰 가족으로최고지도자인 시진핑을 큰 아버지로 묘사하고 있다는 것이다잘 될지는 모르겠지만.



애국은 모두 무죄라는 그들의 황당한 인식이 인상적이다하지만 이런 게 어디 그들만의 일인지는 모르겠다우리 곁에도 이런 식의 막가파식 주장을 하는 망나니들이 수두룩하게 존재하니까차이가 있다면 중국은 그게 이미 국가적으로 양성되고 있다는 점이고우리는 그 양상과정이 아직 공식적인 교육과정으로 실현되지는 않고 있다는 것뿐참고로 자민당의 반세기 집권이 이루어지고 있는 일본도 교육 과정에서의 극우 양성의 제도화가 거의 완성된 것처럼 보인다.


사실 책에서는 어떻게 하면 중국의 이런 분노청년과 같은 문제를 해결할 수 있을지 구체적인 대안을 제시하고 있지는 않다그런데 생각해 보면 한 번 그렇게 만들어진 왜곡된 정신이 어디 바뀔 수 있을까 싶다정권의 이익을 위해서 만들어낸 괴물집단은 결국 자신들의 발목을 잡는 늪이 될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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