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의 미로 책의 지도 - 텍스트 숲에서 길을 잃은 당신에게
송인규 지음 / 비아토르 / 2021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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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나는 사람마다 책을 권하곤 하지만, 꽤 높은 확률로 듣게 되는 대답이 있다. “책은 읽고 싶지만, 이런저런 이유로 잘 되지 않는다.” 그리고 그 이유를 들어보면 ‘시간이 없다’거나, ‘바쁘다’는 이유가 한 쪽에 있고, 다른 한 쪽에는 ‘어떤 책을 봐야할지 모르겠다’, ‘나에게 맞는 책이 필요하다’ 같은 이유가 있다.


책을 읽을 절대적인 시간이 없다면, 정말로 그런 거라면 어쩔 수 없다. 짧은 시간에 간단히 읽을 수 있는, 좀 더 쉽고 흥미로우면서 얇은 책을 추천해 주는 게 한 가지 방법은 될 수 있겠지만, 숨 쉴 시간도 부족할 정도로 바쁘게 살아야만 하는 사람의 눈에는 그런 것도 잘 들어오지 않는다. 그리고 이건 ‘시간이 없다’는 핑계로 그저 피하려는 사람에게도 마찬가지고.


하지만 책을 읽고자 하는 마음이 있는 사람이라면, 단지 독서의 길을 찾지 못하고 있는 사람이라면, 할 말은 조금 더 많아진다. 내가 어떻게 책을 읽어왔는지, 책을 고를 때는 어떻게 하는지, 책을 읽는 중에는, 책을 읽고 난 후에는 또 어떻게 하는지 등등. C. S. 루이스가 말했던 것처럼, 나와 같은 취향을 가진 사람을 만나는 순간 우리는 곧 친구가 되니까.



아마 이 책의 저자가 꼭 그랬던 것 같다. 오랫동안 많은 책을 읽어온 저자는, 이 책에서 다른 사람들에게 독서의 길을 알려주려고 애를 쓴다. 책의 제목도 ‘책의 미로 책의 지도’다. 크게 두 부분으로 나뉘는데, ‘책의 미로’에 해당하는 전반부는 저자 자신의 독서 이력과 독서방식 등을 소개하고, ‘책의 지도’에 해당하는 후반부는 특정한 주제에 관해 알고 싶을 때 읽어볼 만한 책들의 목록과 간략한 소개를 제시한다.


그러나 이 책은 단순히 ‘독서에 관한’ 책만은 아니다. 저자는 기독교인이고, 신학대에서 강의를 하며, 한동안 교회에서 설교를 하기도 했었다. 저자는 그리스도인으로서 이 책을 쓰고 있고, 그의 독서 안내에도 자연스럽게 그의 신앙이 묻어난다. 특히 책의 후반부에 저자가 추천하는 책들은 하나같이 소위 ‘크리스천 마인드’에 기초한 기독교 세계관, 영성, 신앙과 성경 등에 관한 내용들이다.



책을 좋아하는 사람은, 좋아하는 책의 장르가 다르더라도 어느 정도 공통점을 갖게 되는 것 같다. 하물며 신앙적으로 같은 사람일 경우 좋아하는 책이나 관심사가 상당부분 겹칠 테니 더더욱 만남이 즐거울 거고. 책 속에서 저자가 언급하거나 소개하는 책 가운데 내가 읽었던 책들이 보이면 괜히 반갑기도 했다.


물론 다른 점도 있다. 책을 읽는 도중 기억할 만한 구절들을 체크하는 방식이나(밑줄이라니!!), 분류하는 방식 같은 것들에는 차이가 있다. 하긴 분류 건은 나보다 훨씬 많은 책들을 보유하고 있는 저자이니 다를 수밖에 없을 것 같기도 하다.


그리스도인으로서 독서의 중요성(성경책 이외의 책들을 말한다)을 강조하는 부분에 크게 공감이 된다. 사실 그 내용은 너무나 쉽고 당연한 것들인데, 그렇게 당연한 것을 당연하지 않게 여기는 사람이 많다는 게 함정..


완전 초심자에게 추천하기는 어렵겠지만, 어느 정도 독서의 맛을 경험하고 좀 더 체계적이고 효과적인 독서를 추구하는 사람에게는 권해줄 만한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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