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서로에게 기대서 끝까지 ㅣ 창비시선 464
정다연 지음 / 창비 / 2021년 10월
평점 :
도서관에 신청도서가 들어왔다는 연락받고 간 긴에 빌려온 시집이다. 빨간색 해가 뜬 빨간색 하늘과 그 아래 수평선과 함께 펼쳐진 파란 바다, 그리고 삼각돛을 가진 작은 배가 있는 표지가 강렬하다. 삼각돛에 기대어 해를 바라보고 있는 건 고양이인가.
사실 이 시집을 고른 이유는 표지보다는 제목 때문이었다. “서로에게 기대서 끝까지”, 뭔가 용기, 격려를 줄 것 같은, 그런 내용이 실려 있지 않을까 하는 기대였다. 2015년 등단했다는 시인에 대해서 아는 건 전혀 없었는데, 그게 실책이었다.
시인의 시집은 산문시다. 내적, 외적 운율 같은 건 좀처럼 보이지 않는다. 어떤 시들은 그냥 에세이처럼 느껴지기도 한다. 책 말미에 붙어 있는 해설을 보면 뭔가 대단한 이론이 내재되어 있는 복잡한 시인 것처럼 설명되어 있는데, 애초에 내가 선택한 이유는 그런 게 아니었으니까.
시인이 바라보는 세상은 불안하고, 위태롭고, 쓸쓸하다. 시는 끝없이 혼잣말을 반복하는 것처럼 느껴진다. 물론 시라는 게 대개 시인의 독백인 경우가 많지만, 그 읊조림 속에서도 대상과의 소통이나 대화가 이루어지는 경우가 많지만, 이 시집 속 시들에선 그런 게 잘 보이지 않는다. 위협적인 세상에서 상처받고, 위축되고, 외로운 모습들만 보인다. 시집의 제목에 들어 있는 “서로”나 “기댐”은 어디에서 찾아야 하는 걸까.
조금은 날카롭게 보이는 시선들 가운데서 보이는 쓸쓸함과 고립감의 정서가 그래도 좀 와 닿는다. 몇몇 적어 놓은 시구들은 대개 그런 것들이었다. 하지만 전반적으로 나 같은 덜 문학적인 초심자에게는 조금 어렵게 느껴지는 시들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