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C.S. 루이스와 기독교 세계로
캐스린 린즈쿡 지음, 홍종락 옮김 / 홍성사 / 2012년 2월
평점 :
절판
C. S. 루이스의 팬이자 그와 직접 교류를 나누기도 한 증인이기도 한 캐스린 린즈쿡이 루이스의 다양한 작품들에 담긴 사상을 주제에 따라 나누고 풀어놓은 책이다. 현실과 운명, 신비, 인격, 문화 등 다섯 개의 항목으로 나뉘어 있는데, 각 항목마다 세 개의 장들이 포함되어 있다. 서문에 포함되어 있는 한 장까지 합쳐 총 열여섯 개의 장.
루이스의 사상을 연구한 책 역시 그동안 적지 않게 읽어 왔다. 대부분이 외국 저자들이지만 최근에는 국내 저자들도 몇몇 책을 써내서 읽는 즐거움을 준다. 물론 제대로 쓴 글이어야 하겠지만, 아무래도 번역보다는 처음부터 우리말로 쓴 글이 읽기에 편하니까. 하지만 이 책의 번역자이기도 한 홍종락 선생 같은 분이 번역을 해 주시면 그런 영향은 조금 줄어들긴 한다.
그런데 어쩔 수 없이 외국 저자가 좀 더 유리한 면이 있는데, 루이스와 직접 관계를 맺었던 사람들의 경우다. 루이스의 글을 통해 그의 생각에 대해 알아갈 수 있는 게 2차적 접근이라면, 그와 직접 만나 그의 생각을 들은 건 1차 접촉이니까. 물론 이 책이 그렇다고 루이스와의 개인적인 만남을 바탕으로 하는 건 아니지만, 가끔 등장하는 개인적 일화들은 더욱 눈을 끈다.
저자는 루이스의 책들을 매우 상세하게 꿰뚫고 있다. 단순한 인용이 아니라 자연스럽게 글에 녹여내는 방식으로 글을 쓰는데, 이건 자신이 가져온 내용을 완전히 이해하고 있을 때에야 제대로 사용할 수 있는 방식이다.
책을 편집하는 과정에서 각주를 하단에 넣는 대신 모두 뒤로 뺀 것도 좋았다. 바로 확인하기는 어렵지만, 이 글이 루이스의 책 어디에 있었을까 하고 추측하는(인용구의 전후에 출처가 나온 것도 있지만 그렇지 않은 경우도 있다) 것도 재미였으니까. 저자의 글을 읽어 나가면서 이제까지 읽었던 루이스의 책들을 하나씩 떠올려볼 수 있는 시간이었다.(어지간한 건 다 떠오른다는 게 기쁜 일이다)
루이스의 작품 거의 전체를 읽고 차분하게 정리해 둔 책이다. 루이스의 책 중 일부는 그냥 읽기에 좀 어려운 것들도 있는데, 저자는 그런 부분들도 친절하게 정리해서 설명을 해 준다. 오히려 루이스의 ‘글’을 처음부터 접하는 데는 이 쪽이 조금 더 편할지도 모르겠다. 본격적으로 루이스 작품 자체를 읽고, 그의 사상을 공부하는 데 많은 도움이 될 만하다.
책 말미에 루이스가 이 책의 저자인 린즈쿡에게 했다는 말이 실려 있다. 다른 사람에게 잘 보이려고, 의무로가 아니라 “즐거움을 얻기 위해 책을 읽으라”는 내용이었다. 책을 많이 읽다 보면 자칫 의무감에 짓눌릴 때가 있는데, 그러다보면 결국엔 포기하게 될 수밖에 없다. 이즈음 다시 한 번 기억해봄직한 말이다.
루이스 애호가로서, 이런 책은 (절판 되기 전에) 한 권쯤 구입해 두는 것을 추천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