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소담을 위한.


영화는 택배회사에서 배송하지 않은 모든 을 배송해주는뭔가 의심스러운 업체에서 일하는 은하(박소담)를 중심으로 진행된다그녀가 맡고 있는 일은 운전기사인데뛰어난 운전 솜씨로 맡은 것은 어떻게든 정확한 시간에 목적지에 도착하게 해 주는 기술자다화려함을 넘어 거칠게 보이는 운전을 하면서도 여유롭게 테이크아웃 커피잔을 들고 있는 모습이 이 캐릭터를 잘 설명하는 부분.


조금은 가냘픈 박소담 배우가 이 캐릭터를 맡으면서 조금은 매칭이 되지 않는 느낌이었고그렇게 자연히 주연배우의 갭에 시선이 끌린다자동차가 주요 소재이고영화 초반부터 카레이싱에 공을 많이 들여서인지 볼거리는 제법 있다몇몇 장면들은 헐리우드의 그것을 보는 것처럼 꽤나 스타일리쉬하고.


다만 딱 그게 끝이라는 거영화의 주요 전개는 한국영화에서 몇 번이나 재탕되었던(최근에는 하지원성동일 주연의 담보라는 영화가 있었다)어린 아이가 등장하고그로 인한 사건 사고가 벌어지고순전히 주인공 개인기로 문제가 해결되는클리셰만 반복된다.

 

결말이 예상되는 오락영화를 끝까지 보도록 만들려면 좀 더 뭔가가 필요했다그나마 화끈한 레이싱을 초반에 쏟아 붓느라 제작비가 떨어졌는지이후에는 배송보다는 맨몸격투가 주가 되어 버린다.






 

공권력의 사유화.


송새벽이 맡은 영화의 빌런 경필이 처음에는 조금 약해 보였다박소담과 마찬가지로 선이 가는 느낌의 배우였으니까그런데 그런 그가 경찰이라는 옷을 입으면서 캐릭터는 조금 더 묵직해진다총기 소유가 자유롭지 못한 우리나라에서 군사지역 이외의 영역에서도 자유로이 총기를 사용할 수 있는 기관이 경찰이다공권력을 사유화 한 그를 막을 수 있는 게 과연 이 나라에 있을까결국 그를 막기 위한 방식은 어지간한 폭력을 동원할 수밖에 없었다.


기본적으로 사적 보복이 금지된 상황에서 공권력은 시민들의 문제를 전담해서 해결해야 하는 책임을 가진다그리고 이를 위해 막강한 권력을 소유한다범죄를 수사하는 과정에서 (영장을 받아강제력을 발휘할 수도 있고기소하고 판결을 통해 인신을 구속하거나 재산상의 부담을 지울 수 있다한 번 그렇게 결정이 나버리면 불법을 행하지 않는 이상 더 이상 다른 구제 방법도 없다.






문제는 영화 속 이야기처럼 그런 공적 권한을 사적으로 유용할 경우인데꼭 이런 폭력적인 사건이 아니라도 우리는 현실 가운데 이런 일들을 자주 본다기소권을 독점하고 있는 검찰은 시답잖은 죄를 탈탈 털어 기소하거나 불기소를 통해(또는 그저 공소시효가 끝날 때까지 수서를 질질 끄는 식으로재판을 거치지도 않고 무죄판결을 내린다


국회의원들은 국민들의 세금을 매우 합법적인 절차를 통해 자기 이익을 위해 사용하기도 한다(다음 선거에서 당선되기 위해 지역구의 덜 중요한 사업에 예산을 끌어온다던가정말 노골적으로 본인이나 지인에게 이익이 되도록 정책을 세우는 식으로). 그리고 이 모든 문제는 언론사와의 협잡을 통해 묻어버린다.


합법의 영역이 패거리화불법화 되어버리면시민들은 더 이상 의지할 곳이 없다영화 속 백사장처럼 샷건이라도 한 자루 장만해 자신을 지키거나직접 문제를 해결하는 수밖에이런 종류의 영화가 끊이지 않는 이유는어쩌면 현실에 대한 답답함 때문일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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