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세 연암서가 인문교실
미리 루빈 지음, 이종인 옮김 / 연암서가 / 2016년 4월
평점 :
절판


중세 전반에 관한 간략한 그림을 그려주는 일종의 스케치다원서는 옥스퍼드 대학 출판부에서 한 아주 짧은 입문서라는 기획의 일환으로 쓰였다고 하는데우리나라에서는 그 중 세 권을 출판한 것 같다입문서개론서답게 아주 자세한 설명을 다 담아낸 건 아니지만그래도 이 정도라면 나머지 두 권도 찾아볼 것 같은 느낌.

 


중세는 흔히 오해하는 것처럼 중세가 암흑의 시대거나 퇴보의 시대가 아니다이렇게 주장한 중세 말 출현한 자칭 휴머니스트들인데그들은 자신들이 고대 그리스-로마로 이어지는 화려한 번영을 바로 이어받아 부활(르네상스)시켰다고 착각했던 이들이다하지만 실제로는 고대의 빛나는 그림들은 조금 퇴색하긴 했으나 또 다른 차원의 안정감과 견고함을 가지고 중세로 이어졌고중세 기간 동안 이뤄낸 여러 발전상들을 그대로 이어받은 게 근대였다.


사실 조금만 생각해 보면 너무나 당연한 일인데도일종의 자아도취에 빠진 신세대들에게는 스스로를 영웅시하는 유치한 습관이 내재되어 있기 마련인가 보다어느 시대든 새로운 세대들은 앞선 이들의 생각을 비웃으면서 자신들만의 문화를 만들어 간다그 문화를 만들 수 있었던 거의 모든 자양분이 선배들에게서 나왔다는 걸 까먹고서.


책은 중세 전반의 생활상을 설명하는 2장과중세 유럽을 떠올리면서 빼먹을 수 없는 요소인 기독교를 다루는 3왕과 영주들이 갖고 있던 권력의 발전상을 그리는 4그리고 교역환경과 같은 배경적 요소를 설명하는 5장으로 이어진다처음에 말했듯이 아주 자세하게 내용을 다루고 있지는 않지만전반적인 그림을 그리는 데는 유용할 만한 스케치다.


“‘타자의 중세’”라는 이름을 갖고 있는 6장은 다른 장들에 비해 매우 짧은데여기에는 무슬림집시유대인 등 중세 유럽에서 일종의 외부인으로 여겨졌던 이들에 관한 간략한 소개가 담겨 있다개인적으로는 조금 아쉬운 부분으로이 부분에 관한 책을 좀 더 찾아봐야겠다.


마지막 장인 7장은 오늘날에게까지 그 자취가 남아있는 중세의 발명품들에 관한 이야기다발명품이라고 해서 무슨 작은 물건만 가리키는 건 아니고대학 제도인쇄술다양한 노래들(이쪽은 꼭 중세의 유물만은 아니지만)이 그 대상이렇게 보면 중세를 부정하려 했던 이들은 중세의 유물을 가지고 그 작업을 했다고 해도 지나친 말이 아니다.


 

교양으로 읽어볼 만한 책이지만워낙에 다양한 영역을 다루고 있어서 이쪽에 원래부터 관심을 갖고 있는 사람이 아니라면 쉽게 손은 안 갈지도 모르겠다하지만 뭔가를 제대로 보려면 우선 전체적인 윤곽을 살펴보는 게 꽤나 중요한 일이니까그런 차원에서는 도움이 될 만한 책책을 읽다가 흥미로운 내용을 발견한다면그와 관련된 또 다른 책을 찾아보는 게 참 독서인의 자세가 아니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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