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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으로 읽는 장자 - 길 잃은 세상에서 죽어가는 마음을 살리다
장자 지음, 조현숙 엮고 옮김 / 책세상 / 2014년 5월
평점 :
중국의 춘추전국시대는 인간들의 사상이 폭발적으로 발전한 시기이기도 했다. 우리가 잘 아는 공자니 맹자니 하는 인물들이 모두 이 시기를 배경으로 활동했다. 이른바 제자백가 시대다. 이들은 하나의 학문적 전통을 형성해서 유가나 법가 같은 후대에도 널리 알려진 학파를 이루었고, 근래엔 묵가나 명가 같은 조금 덜 알려진 부분도 제법 언급되는 것 같다.
그리고 여기에서 빼놓을 수 없는 게 바로 도가다. 노자와 장자로부터 시작된 이 사상은 자기를 비우고, 자연(법)과 하나가 되어 살아가는 순리를 따르는 삶을 중요하게 여긴 사상이다. 조금은 현실 도피적 경향으로 보이지만(실제로 그렇기도 하다), 어차피 육신을 가진 인간이 현실로부터 완전히 벗어나는 건 불가능하니 결국 이 세상에 살면서 어떻게 하면 덜 집착하고, 자기만족의 삶을 살 수 있는지가 주가 될 수밖에 없다.
이후에도 이 도가 사상, 후에는 도교로 발전한 민간 신앙으로서의 도가는 은근 중국 민중 문화에 깊게 영향을 주었다. 불교나 유교가 국가적인 종교, 사상 체제와 합쳐져서 지배 이데올로기가 되었다면, 반대로 도가는 대체로 민중들 사이에서 널리 퍼졌다. 물론 도교가 되면 지극히 현실중심적인 기복신앙화 되는 면도 있지만.
이 책은 그 도가 사상을 종합한 책인 ‘장자’(도가 사상가인 그 인물과 이름이 같다)의 일부를 발췌 편집해 읽기 쉽게 우리말로 번역한 책이다. 참고로 ‘장자’는 크게 내편, 외편, 잡편으로 구성되는데 그 중 내편을 장자가 쓰거나 말한 것을 모았고, 나머지는 그 제자들과 계승자들이 쓴 것으로 알려져 있다. 최근엔 그 내편 중에서도 일부만 장자의 직접적인 영향 아래 기록된 것으로 본다고 하는데, 어찌되었든 도가 사상의 핵심적인 책이라고 할 만.
처음엔 그냥 호기심에 빼본 책이었는데, 의외로 금세 빠져들게 만든다. 우선은 편집자가 ‘장자’ 중에서도 독자가 관심을 가질 것 같은 내용들을 위주로 뽑아서 모아두었기 때문일 것이다. 지루하거나 어려울 수 있는 내용은 과감히 생략하고, 여러 책들로부터 뽑은 내용을 순서에 구애받지 않게 주제별로 과감히 모았다. 예컨대 이 책에 실린 장자의 첫 번째 구절은 이렇다. “세상에서 가장 슬픈 일은 마음이 죽는 것입니다.” 캬~
물론 편집을 잘했다고 다 재미가 있는 건 아닐 터. 조금은 현실과 거리를 두고 싶어 하는 내 성향과도 어느 정도 맞는 면이 있기 때문에 글이 더 와 닿는 것일 지도 모르겠다. 여기저기 북다트로 표시를 해 가며 읽다보니 어느새 마지막 장이었으니까.
편집자가 나름 순서를 정해 항목을 배열했지만, 꼭 거기에 구애받을 필요는 없을 것 같다. 그저 아무 데나 펴서 마음에 와 닿는 구절을 찾아 읽고 생각해 보면 충분할 일. 형식이나 허례를 멀리하려 했던 장자의 생각에 그게 더 부합하는 것 같기도 하고.
요즘 대량으로 쏟아져 나오는 자기 위로를 위한 책과는 조금 다른 느낌으로, 뭔가 위로를 받는 듯한 느낌을 주는 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