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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성한 소 - 채식의 불편한 진실과 육식의 재발견
다이애나 로저스.롭 울프 지음, 황선영 옮김 / 더난출판사 / 2021년 7월
평점 :
언제부터인가 초식, 아니 채식을 하는 것이 쿨한 삶의 방식인 것처럼 여겨지기 시작했다. 자랑스럽게 자신의 식성을 표현하고, 다른 사람에게 적극적으로 권유하는 이들도 있다. 내가 뭘 먹었는지를 왜 그렇게 남기려고 하는지 모르겠지만(무슨 영역표시 같은 걸까), 뭐 각자가 뭘 먹을지야 본인의 판단 영역이니 뭐라고 할 건 아니다.
문제는 특정한 식단만을 ‘우월한 것’으로 여기고, 다른 선택을 하는 이들을 비난하거나 무시할 경우다. 자신이 ‘쿨’하고 ‘힙’한 삶을 살고 있다고 생각하는 이들에게서 자주 이런 모습이 나타나곤 하는데, 스스로 옳다는 확신에 찬 사람들이 그렇듯 종종 매우 강압적으로 자신의 주장을 관철시키려고 하기도 한다.
이 책은 육식, 그 중에서도 소고기가 여러 차원에서 해롭다는 주장이 잘못되었음을 설명하려는 목적으로 쓰였다. 이 작업은 크게 세 가지 차원에서 이루어지는데, 첫 번째는 영양학적 접근이고, 두 번째는 환경적 접근, 그리고 세 번째는 윤리적 접근이다.
채식 옹호자들은 채식만으로도 모든 영양소를 충분히 섭취할 수 있을 것처럼, 그리고 육식은 오히려 건강에 해로운 것처럼 말하기를 즐겨한다. 그러나 이 책의 저자들은 단순히 칼로리만이 아니라 영향의 균형이라는 측면을 고려하면, 소고기와 같은 육식이 단백질을 비롯한 각종 미량 영양소를 자연스럽게 섭취할 수 있는 가장 좋은 방법이라고 말한다. 오직 채식만으로는 이런 영양소를 충분히 섭취할 수도 없고(애초에 양도 적거나 없을뿐더러, 들어있는 일부 영양소는 고기에 비해 그 흡수율이 현저히 낮다), 때문에 따로 보충제들을 챙겨 먹을 수 있는 사람들이나 할 수 있는 식습관이라는 것. 만약 고기를 통해 얻을 수 있는 영양소를 오직 식물성으로만 얻으려 한다면 우리는 매끼니 한 박스의 채소들을 먹어도 모자랄지도 모른다.
일부는 가축을 사육하면서 발생하는 환경문제를 지적하며 채식을 옹호한다. 그러나 저자들은 실험실에서 배양되는 일부 대체육류가 단위당 훨씬 더 많은 에너지를 소비하고 있으며, 가축이 발생시키는 탄소의 양은 전체의 2%에 불과하고, 그나마 화석연료와 달리 이미 자연 순환계 안에 존재하는 메탄이 배출되고 분해될 뿐이다. 또 소들이 먹는 사료의 90%는 사람이 먹을 수 있는 곡물이 아니라 그저 풀이며, 소들이 차지하는 땅들은 보통의 경우 경작지로 사용하지 않는 땅들이라고도 지적한다.
육식의 윤리적 문제점을 지적하는 사람들에게, 저자들은 이런 관점이 죽음에 관한 노이로제적 반응이라고 대답하는 것 같다. 가축과 함께 살면서 일상적으로 죽음을 마주하던 이들과 달리, 죽음으로부터 의도적으로 분리된 도시의 삶을 살아가고 있는 오늘날의 상황이 반영된 두려움이라는 것. 이런 지적은 죽음을 다룬 다른 인문학 서적에서도 종종 지적되고 있는 부분이기도 하다. 나아가 그들이 말하고 있는 ‘자연적인 죽음’이 ‘동물들의 도축’보다 더 ‘윤리적’이라고 볼만한 구석도 딱히 없다는 지적도 덧붙여지고.
결론적으로 저자들은 육식이 적절하게 섞인 식단이 가장 유익하다고 제안한다. 다만 이를 위해 지나치게 과밀한 사육환경에서 곡물 사료로만 비육되는 공장식 목축이 아니라, (곡물이 아닌) 풀을 먹고 자라는 가축들을 적당한 밀도로 사육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것.
요새 여기저기 샐러드 식당이 늘고 있다. 물론 그 위에 얹힌 온갖 토핑들을 보고 있으면 얼마나 몸에 좋을지는 확실하지 않지만, 사람들은 그렇게 채소류를 먹으면서 조금은 건강해 지고 있다는 생각을 하곤 한다. 이런 식단은 종종 다이어트 식단이라고 불리는데, 그 말은 다른 식단에 비해 칼로리가 낮기에 체중을 줄이는 데 도움이 된다는 뜻이다.
다른 말로 하면, 이런 식단으로는 충분한 칼로리를 얻을 수 없다는 뜻인데, 때문에 성장기나 회복기에 있는 사람들, 또는 활동이 많은 이들에게 좋은 대안이 될 수 없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이런 식단이 건강에 도움이 되는 경우는, 평소 지나치게 많은 칼로리를 섭취하는 사람의 경우일 것이다. 채식 그 자체가 건강에 도움이 되는 게 아니라는 말.
책에서 가장 흥미로웠던 포인트는 육식, 정확히는 소고기가 우리에게 필요한 꽤 다양한 영양소를 포함하고 있다는 부분이었다. 채식을 할 경우 오히려 제대로 섭취되지 않는 여러 영양소들이 있고, 이것들을 따로 보충제 형태로 섭취해야만 건강을 유지할 수 있다는 부분도 그렇고. 반면 육식은 매우 간단한 방식으로 우리 몸에 이를 채울 수 있다.
또, 가축이 환경을 파괴한다는 공격에 대한 저자들의 대답도 인상적이다. 특히 물과 관련해서, 가축이 사용하는 물로 계산되는 것의 대부분이 빗물이나 풀에 맺히는 이슬 등의 형태로 가축이 없더라도 어차피 그 땅에 떨어지는 것이라는 지적이 날카롭다(반대자들은 소 한 마리가 살아가는 데 필요한 땅에 십수 개월 간 내리는 모든 빗물을 소가 사용하는 것으로 계산한다). 사실 오히려 채식주의 대안으로 꼽히는 아몬드나 콩이나 카놀라를 단일재배 하는 데 더 많은 물이 들어가는 데도 말이다(이쪽은 단지 빗물로 해결되지 않고, 지하수 등을 일부러 끌어서 공급해야 한다).
물론 환경에 관심을 가지고, 자신의 건강을 생각하는 일은 나쁠 게 없다. 다만 정확한 내용에 근거해야 하고, 자신의 입장을 정당한 이유 없이 다른 이들에게 강요해서는 안 된다는 것은 잊지 말아야 한다. 최소한 채식주의를 선언했다가 건강을 이유로 포기하는 사람들을 위협하거나, 정육점 앞에서 가짜 피를 뒤집어쓰고 뒹굴려 협박하는 식의 덜 떨어진 모습들은 자제하자는 것.