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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물 문답 - 식물화가와 나누는 사소한 식물 이야기
조현진 지음 / 눌와 / 2021년 1월
평점 :
너무 예쁜 책이다. 매 페이지마다 왼쪽에는 꽃이나 식물에 관한 설명이, 오른쪽에는 그 그림이 실려 있는데 단순한 사진이 아니라 직접 손으로 그린 그림이 실려 있다. 손으로 그린 식물세밀화. 개인적으로는 이런 그림이 참 좋다. 무슨 식물에 관한 대단한 지식을 얻으려는 게 아니라, 책장을 넘기며 그런 그림을 보는 것만 해도 힐링이 된달까.
책 자체도 풀로 붙인 게 아니라 사철방식으로 단단하게 엮여서, 책장이 쭉 펴지는 게 기분이 좋다. 이렇게 공들여 만든 책을 보면 괜히 기분이 좋아지는 걸보면, 책중독자를 기쁘게 하는 건 의외로 어렵지 않구나 하는 생각도 들고.
크게 다섯 개의 장으로 나뉘어서 각 항목마다 관련된 질문을 하고 스스로 답하는 식으로 구성되어있는데, 사실 책에 나온 질문이 내가 해봤거나, 해봄직한 것과는 거리가 조금 있다. 그래도 또 질문을 듣고 나면 흥미가 생기는 항목들도 있는데, ‘동구 밖 과수원 길’에 핀 아카시아 꽃’은 사실 ‘아까시나무의 꽃’이었다는 이야기, 김유정의 “동백꽃”에 등장하는 노란색 꽃은 실은 ‘생강나무’의 꽃이었다는 것 같은.
가장 신기했던 건 수국의 꽃 색깔이 우리나라와 유럽이 다르다는 부분이었는데, 품종 때문이 아니라 같은 걸 심어도 그런 결과가 나온다고 한다. 토양의 산성도에 따라 꽃 색깔이 달라진다는 건데, 별다른 말이나 소리를 내지 않아서 무시되는 식물들도 꽤나 개성적이구나 하는 생각이 든다.
책을 보고 있으면 절로 펜을 들도 나도 한 번 그려볼까 싶은 생각이 든다. 이번 주엔 간만에 덮어뒀던 드로잉북을 펼쳐볼지도 모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