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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픈 시크릿 - 마침내 드러난 하나님의 비밀·선교
레슬리 뉴비긴 지음, 홍병룡 옮김 / 복있는사람 / 2012년 4월
평점 :
선교학 교과서로 쓰인 이 책을 손에 든 것은, 순전히 저자의 이름 때문이었다. 대학원에 다니던 시절 처음으로 레슬리 뉴비긴의 책을 읽어본 이래로, 그는 나에게 C. S. 루이스와 더불어 내용의 질은 보장된 저자 목록에 올라 있다. 물론 레슬리 뉴비긴의 글은 루이스의 그것과 달리 유머도 풍자도 거의 없고, 내용도 기발함이나 창의적인 생각보다는 오랜 전통을 새롭게 읽어 내거나 잘 정리해 내면서 새로운 통찰을 보여주는 쪽인지라 조금은 더 딱딱하게 느껴질 순 있지만, 아무튼 꼭꼭 씹어 먹으면 도움이 되는 저자다.
책은 중요한 질문을 품고 시작한다. “우리는 무슨 권위로 선교를 하려고 하는가”, “다른 성실한 종교인들도 온전한 진리를 추구하고 있지 않은가” 하는 것. 저자는 이 질문에 관해 매우 고전적이고 정통적인 대답이 필요하다고 말한다. 우리는 “예수의 이름으로” 이 일(선교)를 하는 것이다. 저자는 반복해서 선교에 있어서의 이 ‘궁극적인 신념’을 강조한다.
이런 차원에서 저자는 소위 WCC식의 ‘하나님의 선교’라는 개념을 강하게 비판한다. 그들은 “그동안 잘 지켜온 범세계적인 선교 소명에 대한 헌신을 잃어버리고 말았다”는 것이다. 이제 그들에게 선교란 예수 그리스도를 전하는 것이 아니라, “교회 상호간의 관계”를 어떻게 만들어갈 것인가에만 매몰되어 있다. 흥미로운 건 레슬리 뉴비긴 자신이 한 때 WCC에서 중요한 지위를 맡아 사역을 했었다는 점이다. 저자는 자신이 힘써 일했던 기관의 ‘변질’을 매우 안타까워한다.
저자는 선교를 삼위 하나님의 사역으로 소개한다. 이를 위해 무려 세 장을 할애해서, 이 일이 어떻게 성부, 성자, 성령 하나님의 사역과 연결되는지를 설명한다. 이를 통해 선교의 계획과 실행의 모든 과정에서 교회는 하나님의 사역을 따라가는 것이라고 설명한다. 이것이야 말로 ‘하나님의 선교’라고 할 수 있을 텐데, 앞서 말한 일부 교회들은 선교를 단순히 문화적 교류나 사회적 개선운동으로 전락시켜버렸다.
물론 선교는 단순히 복음을 선포하는 것으로 끝나지 않는다. 저자는 “주님의 뜻이 이루어지이다”라고 기도한 뒤에 그 뜻을 이루려는 가시적인 활동을 전개하지 않는다면, 그 기도는 헛될 것이라고 말한다. 선교사역은 복음선포를 하나님의 정의를 실현하는 행동으로부터 결코 분리시킬 수 없다는 것.
책의 후반부에는 또 하나의 흥미로운 내용이 있다. 결국 선교는 다른 신앙을 가진 이에게 예수 그리스도를 믿는 일의 우월성을 전하는 것이다. 이 과정이 자칫 폭력적이거나 압제적이지는 않을까 하는 질문이다. 앞서의 WCC는 이 부분에서 부담을 느낀 나머지 예수를 전하는 일 자체로부터 물러선 감이 있었다.
저자는 이에 대해, 그들(타종교인)을 공동의 삶을 나누는 자의 입장에서 대하되, 동일한 “말씀”에 힘입어 살아가는 존재로 여겨야 한다고 말한다. 또한 그들 가운데 나타나는 선한 면모들을 진심으로 기뻐하며, 어두운 세상에 빛을 비추는 일에는 무엇이든지 비그리스도인 이웃들과 함께 해야 할 것이라고 덧붙인다.
얼마 전 읽었던 미로슬라프 볼프의 책에서는 비슷한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기독교와 이슬람교 사이의 차이를 없애려는 시도를 했었다. 개인적으로는 이런 시도는 실패할 수밖에 없을 거라고 생각하는데, 종교는 책상에서 만들어지는 게 아니라 실제로 그렇게 살아가는 사람들 속에 있기 때문이다. 오히려 이 책에 실린 레슬리 뉴비긴의 대안이 좀 더 현실적이지 않을까 싶다. 기독교인들은 타종교인들을 정중하게, 그리고 존중을 담아 대할 줄 알아야 한다.
선교에 관해 알아야 할 기본적인 내용들을 잘 담아낸 책이다. 선교에 관심이 있다면, 이 주제를 정리해 보고 싶다면 이 책을 추천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