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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녀 - 유혹과 저주의 미술사 ㅣ 해시태그 아트북
알릭스 파레 지음, 박아르마 옮김 / 미술문화 / 2021년 6월
평점 :
오랜만에 펴 본 미술책이다. 도서관에 드나들면서 경험할 수 있는 기쁨 중 하나는, 이렇게 평소라면 구입까지는 하지 않을 것 같은 책들도 손에 들어와 읽을 수 있다는 점이다. 온통 컬러풀한 도판들이 매 페이지마다 배치된 이런 책은, 말 그대로 ‘보는’ 재미가 있다.
이 책은 그림의 기법보다는 주제에 집중한다. 제목처럼 ‘마녀’라는 주제를 중심으로 다양한 시대의 다양한 작품들을 실으면서 설명을 덧붙인다. 다만 어떤 식으로든 가치판단은 미루면서, 이런 그림이 그려질 때 이런 일이 있었다 하는 식으로 해설만 하고 있다. 여기에 박스로 관련된 역사적 정보까지 더해지니, 일종의 큐레이션으로는 괜찮았다.
사실 마녀의 역사는 생각보다 길지 않았다. 고대에 마술은 일상적인 것으로 여겨졌으니 애초에 그런 행위 자체가 제재의 대상이 되지도 않았으니까. 기록에 따르면 마녀집회를 언급한 최초의 시도는 1330년 프랑스의 카르카손에서였다고 한다.
이후 유럽에서 마녀에 대한 탄압이 시작된 건 1400년대 초였고, 그 절정은 1600년을 전후한 100여 년 간이었다. 근래에 와서는 뭐든지 과거의 것을 거꾸로 설명하는 게 힙하다는 생각 때문인지, 오히려 미국이나 유럽에서는 페미니스트의 상징으로 마녀를 사용한다고 하니 그 대우가 크게 달라진 셈이다.
몇 백 년 동안 마녀에 대한 편견과 핍박이 이어져 오면서 일종의 정형화된 이미지들도 생성되었다. '젊고 관능적인 여성'이나 '늙고 추한 모습의 노파'가 그것인데, 꽤나 상반된 이 두 이미지가 동시에 공존했다는 걸 보면 애초에 그 ‘기준’이라는 게 얼마나 임의적이었는지를 생각해 보게 된다. 주로 혼자 사는 가난한 시골 출신 여성들이 희생되었다는 걸 보면, 이 선동이 소수자에 대한 오해와 편견에서 비롯되었음을 짐작할 수 있다.
이후 덧붙여진 빗자루니, 고양이니, 두꺼비니, 솥이니 하는 주변적 이미지들은 그 시절의 조금은 빈곤했던 상상력의 산물들이다. 물론 그 시절 기술과 지식의 발전 속도가 꽤나 느렸다고 해도, 이렇게 발전이 없어서야 하는 생각이 들 정도니까.
전면 컬러도판으로 눈이 즐거우면서도 가벼운 교양까지 쌓을 수 있을 만한 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