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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읽는 삶 - 타인의 눈으로 새로운 세계를 보는 독서의 즐거움
C. S. 루이스 지음, 윤종석 옮김 / 두란노 / 2021년 7월
평점 :
아, 이 시리즈를 계속 낼 작정인가 보다. 앞서 두 번의 기획으로, C. S. 루이스의 다양한 저작에서 신앙이란 무엇인지, 기도란 무엇인지에 관한 내용을 뽑아 책으로 엮었는데, 이 번에는 ‘독서’라는 주제로 같은 작업을 진행했다. 앞서 두 권의 책과 달리 이번에는 편집자가 한 명 더 추가되었다. 우리나라에도 번역되어 나온 루이스와 관련된 전기를 썼던 데이비드 다우닝이라는 분.
출판된 루이스의 저작이 대부분 우리나라에도 소개되어 있기에, (그걸 다 읽어본 나로서는) 당연히 책에 나온 대부분의 이야기를 이미 읽은 바가 있다. 다만 이 기획의 첫 번째 책부터 계속 언급하는 부분이지만, 번역이 기존 홍성사의 시리즈와 다르게 존댓말을 사용하지 않고 있어서, 같은 내용이지만 조금 다른 느낌을 주기도 한다. 아, 그리고 몇몇 글들을 우리나라에 책으로 아직 출판된 내용이 아닌 것도 있었기에, 조금은 더 신선하기도 했고.
C. S. 루이스는 굉장한 다독가였다. 그리고 자신이 읽은 책의 내용은 대부분, 상당한 정확도로 기억하고 있었고, 이런 면에서 그는 진정한 의미의 ‘박사’에 가까웠다. 요즘 쏟아져 나오는, 자신이 전공한 내용 이외의 것에 대해서는 보통의 사람들보다 딱히 더 많이 아는 게 없는 학위수여자로서의 박사들 말고, 특정한 시대와 유행에 국한되지 않고 다방면에서 깊이를 보여주는 사람 말이다. 이런 면에서 루이스는 그가 사랑했던 중세의 박사들과 오히려 비슷했다.
루이스가 쓴 책을 읽다 보면 수많은 저자들이 인용되어 있는 걸 볼 수 있는데, 그 중 대부분은 오직 기억에만 근거한 것이었다고 한다. 실제로 루이스를 곁에서 지켜봤던 동료들과 제자들은, 그의 이 놀라운 기억력을 직접 옆에서 지켜볼 수 있었다고 한다. 풍성한 독서량에서 쏟아져 나오는 다양한 인용구를 보는 것도 루이스의 책을 읽는 맛 중 하나다.
독서, 뭔가를 읽는 일에 대한 루이스의 애정이 잘 느껴진다. 종종 어떤 구절들은 용케 이 문맥에서 이런 내용을 골라냈구나 싶은 부분도 있었는데, 그 또한 루이스를 잘 아는 사람이라면 책을 읽는 재미가 될 수 있는 포인트다.
책의 주제가 주제이다 보니, 홍성사에서 비교적 근래에 내 놓은 “이야기에 관하여”, “오독” 같은 책들이 많이 인용되는 모습이다. 루이스의 같은 책을, 풀버전과 발췌버전으로 같이 낸 셈인데, 2017년에 나온 “오독”이야 그렇다 쳐도, 나온 지 이제 1년 된 “이야기에 관하여”의 몇몇 챕터를 그대로 옮겨 놓은 건 약간 상도의에 어긋나지 않나 싶은 생각도 들고.
사실 두 책의 독자 자체가 다를 수도 있으니까.. 요약과 발췌 문장을 읽고 흥미가 생기면, 우리말로 번역되어 나와 있는 원래의 책을 찾아 읽어보는 계기로 삼을 수 있다면 좋을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