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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회 반주자를 위한 반창고
안선 외 지음 / 올포워십 / 2019년 9월
평점 :
품절
오늘날 널리 퍼져있는, 표준화된 예배 방식에서 찬양을 위한 반주는 중요한 역할을 차지한다. 만약 반주가 없다면 꽤나 예배의 분위기가 밋밋해질 것 같다는 생각이 들 정도. 그러면 예배 반주자들의 역할도 중요하다고 해야할 것이다. 하지만 그 중요성에 비해서, 이에 대한 이해는 생각보다 부족한 경우가 많다.
사실 반주자라는 자리가 교회 안에서 그리 눈에 잘 띄는 곳은 아니다. 정해진 시간이 되면 자동적으로 반주가 나오고, 예배 참여자들의 시선은 스크린 속 가사나, 손에 든 찬송가에 집중될 뿐이다. 하지만 그렇게 눈에 띄지 않는다고 해서, 그 중요성마저 우리의 생각에서 지우면 안 될 일이다.
이 책은 어렸을 때부터 교회 반주자로 섬겨왔던 다섯 명의 대담자들이 만나 교회 반주자로 일하는 것에 관한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눈 걸 엮은 것이다. 크게 네 가지 주제를 두고 각 주제에 맞춰 이야기를 하지만, 딱히 제한되는 것 없이 자유롭게 말하는 형식 때문인지 책 전체에 약간 생동감이 느껴진다.
책은 사례비, 음향 시스템, 반주자의 신앙생활, 교회와 관련된 다양한 경험들 등의 네 가지 주제로 구성되어 있는데, 사례비와 관련해서 ‘교회 음악을 전공했는데도 교회 안에서 생계를 유지할 수 없었다’는 말이 인상적이다. 가장 큰 이유는 대부분의 교회가 영세하기 때문이겠지만, 교회 음악을 전공한 이들이 교회를 통해 생계를 유지할 수 없다면, 이 분야의 발전은 불가능한 게 아닐까. 더 좋은 기독교 음악을 향유하고 싶다면, 그에 대한 투자, 혹은 보상이 이루어져야 하는 건 당연한 일이다.
반주자들의 신앙에 관한 고민도 귀담아 들을 부분이다. 작은 교회의 경우 반주자 한 명이 여러 자리에서 반주를 해야 할 경우들이 생기는데, 이런 경우 교회 안에서도 제대로 된 멤버십을 누릴 수 없게 되곤 한다. 책에서는 ‘신앙생활’을 꼭 일주일에 한 번 교회에서만 하려고 해서는 안 된다는 식으로 좀 엉뚱하게 내용이 흘러가긴 하는데, 사실 이 문제도 대책이 필요한 부분이다.
신앙생활의 가장 기본은 나와 하나님 사이의 관계지만, 기독교는 처음부터 한 번도 그렇게 개인적 신앙으로 머문 적이 없었다. 교회란, 그 이름에서도 알 수 있듯 사람들의 모임이고, 그 안에서 교제를 이루는 것도 매우 중요하니까. 반주자들이 교회의 일원으로서의 의식을 느끼기 어려워진다면, 그건 큰 문제다.
앞서 이 책이 약간 생동감이 느껴진다고 했었는데, 사실 이 말은 조금 바꿔보면 약간 정리가 안 되는 느낌이라는 뜻도 된다. 함께 대화하고자 하는 주제의 방향에 대한 이해가 서로 좀 부족한 것 같다는 생각이 들 때도 많았고, 특정인들이 대화를 좀 많이 이끌어간다 싶기도 하고. 대화에 앞서 어떤 설문조사가 있었던 것 같은데, 각 챕터의 앞쪽에 그 설문의 내용과 결과를 시각적으로 배치했더라면 어땠을까 싶기도 하고.
이 책을 보면서 평소에 제대로 관심을 갖지 못했던 교회 반주자라는 자리를 한 번 더 돌아볼 수 있다면 좋을 듯하다. 교회에서 사역하는 목회자들, 음악을 담당하는 책임자들은 꼭 한 번 읽어봤으면 싶고, 어디다 제대로 얘기하기 어려웠던 고민을 안고 있던 반주자들, 교회의 여러 음악 사역자들도 읽어볼 만할 듯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