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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양이가 지구를 구한다 - 인간세상에 잡입한 귀족냥이의 냥보없는 귀여움
소금툰 지음 / 부크럼 / 2020년 3월
평점 :
절판
내 리뷰들을 꾸준히 봐주신 분들은 짐작하겠지만, 맞다, 이 책은 책 제목에 ‘고양이’가 들어가서 집어 들었다. “고양이가 지구를 구한다”라는 제목과, 녹색으로 가득한 책 표지 디자인 등을 보면 마치 고양이 이야기를 가지고 환경문제에 관한 내용을 쓰는 것 같지만, 예상은 그대로 빗나갔다. 책은 고양이와 함께 살고 있는 작가가 만화를 중심으로 몇 개의 짧은 에세이를 붙인, 일상물이었다.
고양이와 함께 살면서, 고양이들이 하는 행동을 관찰하고 거기에 의미를 부여하는 건, 모든 ‘집사’들의 공통점인 것 같다. 뭐 사실 이런 건 비단 상대가 꼭 고양이일 필요는 없고, 무엇인가를 사랑하게 되면 나타나는 자연스러운 반응이겠지만.
귀여운 그림체로 그려낸 고양이와의 일상은, 나도 그 옆에 있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하게 만든다. 물론 지금 당장 집에서 고양이를 기를 수 있는 상황은 안 되지만(계약서에 불가라고 적혀있다), 얼마 전 동네 길고양이에게 주려고 사료를 한 포대 구입했다. 집 옆 주차장 근처에 새끼를 낳은 지 얼마 안 돼 보이는 고양이가 몇 번 보이길래...
그런데 그렇게 구입한 고양이 사료에서 예상했던 것보다 훨씬 더 진한 생선 냄새가 난다. ㅋㅋ 건식 사료이긴 하지만 비닐을 덮어놔야 할 정도라면 짐작이 될까. 영상으로만 봐왔던 고양이들과의 생활이 아주 작은 부분부터 생각했던 범위를 벗어난다. 어디 이것뿐일까. 인형이 아닌 다른 생명과 함께 살아가는 데에는 훨씬 더 많은 주의할 점과, 불편한 점, 그리고 종종 당황스러운 일들이 있을 것이다.
그래서 이렇게 다른 생명과 함께 살아가는 이야기들에는 삶에 대한 조금 더 깊은 통찰이 엿보이는가보다. 사실 책 속의 고양이와 함께 하는 일상 만화 자체야 ‘나 이렇게 고양이에 빠져있어요’하는 정도의 푼수끼(?)를 드러내는 것들이지만(애정을 담은 표현이다), 중간중간 실려 있는 작가의 독백들 가운데는 마음에 와 닿는 부분들이 많았다.
자주 쓰는 이야기지만, 우리 곁의 길에서 사는 작은 생명들이 사는 동안만이라도 조금은 더 안전하게 생활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 이런 책들이 그런 사회에 작은 일조라도 할 수 있을까. 참, 책 제목은 그래서 왜 ‘고양이가 지구를 구한다’는 것이었는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