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에 생명을 주는 신학 - 기독교는 정말 세상을 살 만하게 하는가
미로슬라브 볼프.매슈 크로스문 지음, 백지윤 옮김 / IVP / 2020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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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책 초반의 거침없는 지적이 눈을 확 뜨이게 만들었다학문적/직업적 신학자들에 관한 비판과 대안적 비전제시를 담고 있는 이 책은그저 지식 생산자로서의 일상에 정착하고 있는 오늘날 많은 수의 신학자들(아마도 이들 대다수는 교수거나 교수를 지망하고 있는 이들일 것이다)에 대한 비판으로 시작한다조금 심하게 말하면그들은 오직 종신교수직을 위해서만 일하는 사람처럼 보인다는 것이다.


     덕분에 신학은 비신학자들과의 괴리가 엄청나게 커져버렸고이는 다시 그들이 딛고 설 수 있는 (점점 줄어들고 있는작은 섬에 더 악착같이 집착하도록 만든다그리고 물론 이건 다시 그들의 신학이 실제 삶에는 아무짝에도 쓸모없는 것이라는 인상을 주고 있고실제로 이런 식으로 생산된 (신학적지식들은 세상을 이해하는 데 근본적으로 도움을 줄 수 없는 지식 더미에 불과하다.

 


     저자들은 이 문제의 핵심에신학이 그 정당한 목적으로부터 이탈했기 때문이라고 말한다소위 진보주의자들은 신학을 사회과학의 한 종류로 만들어사회를 분석하는 여러 틀 중 하나로 전락시켰다(입만 열면 뭔가를 깨부수기만 하려는 태도는 덤이다). 반면 보수주의자들은 그들의 조상들이 사용했던 신학적 틀을 보존하는 것이 자신들이 할 일이라고 착각하는 우를 범했다(마치 그게 천국에서 내려온 틀인 것처럼).


     이 책에서 강조하는 신학의 목표는 번영하는 삶이다언뜻 이 용어를 흔히 부정적으로 언급되는 번영신학의 그것과 혼동하지 말자저자들이 말하는 번영하는 삶이란 참으로 가치 있는 삶이면서, ‘옳은 삶’, 나아가 하나님의 뜻을 세상에 성취하는 삶이다유물론은 우리에게 의미를 설명해줄 수 없고오직 떡만을 위해 살아가는 삶은 우리의 인간성을 좌절시킨다.


     책의 후반부는 번영하는 삶이라는 비전의 내용과 어떻게 그것을 향해 신학자들이 공헌을 할 수 있을지에 관한 설명으로 채워진다인상적인 것은 무엇보다 신학자들이 먼저 그들의 비전에 부합하는 삶을 살아야 한다는 부분이다그들의 삶의 목표를 사회적 명성이나 인정성공에 두지 말아야 한다는 지극히 당연한 주장도 덧붙여진다(사실 이런 권고 자체가 오늘날 신학자들에 대한 기대가 얼마나 낮아졌는지를 보여주는 부분이다).

 


     책 초반의 거침없는 비판은 후반으로 넘어가면서 조금 완화된 느낌이다문제가 되는 상황은 통렬하게 지적하되새로운 일을 세우기 위해서는 불평만으로는 안 된다는 책 속의 주장은 저자들 자신의 작업에도 적용되는 모습이다철거와 건축은 다른 작업이니까다만 역대급 사이다로 시작된 책이 후반부로 가면서 익숙한 내용으로 조금 느슨해지는 것도 사실이다.


     물론 어떤 사람들에게는 이 내용이 익숙하지 않게 다가올지도 모르겠다. ‘학식 있는 목사들이 사라지고 경영서에 더 관심을 갖는 현장이 확산되면그 현장의 요구에 맞는 내용을 가르칠 수밖에 없을 테고그러면 자연히 학교에서도 그런 식의 교육에 특화된 신학자들이 늘어갈 수밖에 없다십 수 년 전 작성된 낡은 강의안으로 여전히 강단에 서서 앵무새처럼 강의를 반복하는 교수들이 학생들에게 어떤 지적영적 자극도 주지 못하는 상황이 길어지면 이마저 점점 어려워질 것 같긴 하지만.


     신학자들그리고 목회자들에게 권하고 싶은 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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