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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회 다닌다고 말도 못하고 - 교회를 떠날 수 없는 우리들의 이야기
무근검 편집부 지음 / 무근검(남포교회출판부) / 2021년 5월
평점 :
코로나19 확산을 전후로 교회에 관한 이미지가 크게 훼손된 감이 있다. 부분적으로는 신천지 같은 이단단체들 때문이기도 하지만, 정치집회에 여념이 없는 일부 목사들과 여기에 맹종하며 따랐던 기독교인들이 자초한 면도 있다. 좀 더 넓게 보면 자기교회중심적 신앙에 매몰된 한국교회의 고질병의 결과이기도 하고.
이런 상황에서 이 책의 제목이 문득 눈에 들어왔다. “교회 다닌다고 말도 못하고”, 딱 이맘 때 여러 기독교인들의 심정이 이와 같지 않을까. 사실 이 책을 구입한 이유는 70%가 제목의 역할이었다.(좋은 책제목과 표지 디자인은 생각보다 큰 힘이 있다.)
책은 다양한 신앙경험을 해 온 여덟 명의 30대 기독교인들을 인터뷰한 내용으로 구성되어 있다. 이들이 무슨 특별한 일을 해 낸 건 아니다. 그저 평범하게 교회의 한 자리에서 신앙생활을 해 왔고, 그 수준도 깊이도 저마다 다르다. 하지만 우리들의 교회를 지키는 이들이 바로 이런 이들이 아니던가. 흔히 교회의 목소리는 목사나 신학자들의 마이크와 책을 통해 들려지지만, 진짜 교회의 이야기는 이런 사람들의 입을 통해서 들을 수 있는 게 아닐까 싶다.
여덟 명에 관한 인터뷰는 비슷한 내용으로 진행된다. 간략한 자신의 신앙여정의 소개, 코로나 상황에서 신앙생활의 모습, 교회와 목회자에 관한 생각, 신앙생활에 관한 주변인들의 인식, 그리고 믿음으로 산다는 것에 대한 나름의 생각들을 묻는 질문들과 그에 대한 대답들이다.
여러 명의 인터뷰이가 소개되기 때문에, 사람에 따라 얻을 수 있는 통찰의 수준도 제각각이다. 전반적으로 부담 없이 읽히는 내용이지만(이게 콘셉트였던 것일지도 모르겠다) 그렇게 편한 가운데서도 글을 참 잘 쓰는(이 책은 서면 인터뷰로 진행되었다고 한다) 분들도 보인다.
각자 하는 일도, 신앙의 연차도 다양하지만, 비슷한 대답과 신앙을 바라보는 인식이 보인다. 상당히 안정적인 신앙생활을 하던 이들은 어지간한 문제에 흔들리지 않고 있었지만, 신앙의 성장을 위해 나름 고민을 하고 있었다. 신앙생활은 이렇게 뭔가 극적인 사건 한 번이 아니라 조금씩 조금씩, 올라가고 내려가고를 반복하면서 성숙해져 가는 것이다.
아이를 키우는 어떤 인터뷰이의 말이 인상적이다. 신앙은 자라는 게 아니라 하나님이 우리를 키우시기에 고단하신 것이었다는 깨달음이다. 그렇게 하나님의 오래 참으심으로 우리가 하루하루를 살아갈 수 있다는 걸 아는 사람들이 있는 한, 교회는 아직 희망이 있지 않나 싶다.
진짜 교회에 속한 사람들이 어떻게 생각하고 있는지를 살짝 엿볼 수 있는 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