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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점의 일생 - 책 파는 일의 기쁨과 슬픔, 즐거움과 괴로움에 관하여
야마시타 겐지 지음, 김승복 옮김 / 유유 / 2019년 2월
평점 :
‘가케쇼보’라는 이름의 개인 서점을 운영했던 저자가 서점을 시작하고 문을 닫을 때까지의 이야기를 에세이 형식으로 쓴 책이다. 대학에 떨어진 뒤 무작정 집을 나와 도시에서 아르바이트를 시작하고, 마음에 맞는 동료를 만나 함께 직접 손으로 잡지를 만들고, 이런 저런 회사에서 일하다가 마침내 자신의 서점을 열었다.
최근 우리나라에서도 이런저런 이름의 독립서점들이 문을 열고 있다. 대형서점이나 온라인서점에 비해 구비할 수 있는 도서의 종류가 한정될 수밖에 없는 개인서점의 현실상, 이들 서점에서는 어쩔 수 없이 ‘선택과 집중’이 이루어지게 된다. 그리고 여기엔 대체로 서점주인의 취향이 많이 개입되는 것 같지만, 또 한 발을 물러나서보면 비슷해 느낌일 때가 많다. 처음엔 자기의 취향으로만 꾸미고 싶다는 생각이 강하지만, 결국 물건이 팔려야 계속 운영을 할 수 있는 거고, 어느 정도 대중성을 추구할 수밖에 없다.
이 책의 저자인 야마시타 겐지도 비슷한 길을 걷는다. 개인서점 운영에 관한 계획을 오랫동안 준비한 것은 아니었는데(사실 우리 삶의 중요한 결정들은 종종 이렇게 갑작스러운 기회를 만나 이루어지기도 한다), 매장 전면에 자동차를 반으로 잘라 디스플레이를 했을 정도로 개성이 강하게 들어간 운영을 시도했던 듯하다.
하지만 소수의 취향은 생계와 직결되는 일에 적용하기 어려운 법. 점차 운영에 어려움이 더해갈 즈음, 우연히 만나 영입한 두 명의 직원들의 분투로 서점은 제 궤도를 찾아가게 된다. 결국 핵심은 고객의 니즈를 파악하고 이에 부응할 수 있는 다양한 방식을 도입하는 것. 책에서 저자는 가게와 손님의 관계는 ‘대화’와 같다고 말한다.
내가 읽은 여러 작은 서점들의 이야기는 하나같이 문을 닫는 이야기로 마친다. 이 책에 등장하는 서점도 마찬가지여서, 서점 운영이 10년 쯤 지날 무렵부터 저자는 폐업을 진지하게 고민하기 시작했다. 개인 사업이라는 것이 갖는 고단함과 수익에 대한 압박감이 주요 이유였던 것으로 보인다. 책을 팔아서 돈을 번다는 게 생각만큼 쉬운 일이 아니니까.
하지만 서점운영에서 어느 정도 안정적 매출을 올리고 있었던 저자는 곧바로 새로운 가게를 연다. 책을 주력으로 팔긴 하지만, 책뿐만 아니라 다양한 오리지널 소품들도 함께 팔고 있는 일종의 안테나샵. 그것도 앞서의 책방을 문 닫은 직후(사실 이름을 바꾼 이전에 가깝다) 곧바로 시작했다고 하니 저자의 끊임없는 도전에 박수를 보낸다.
무슨 큰돈을 벌어 성공하고 싶다는 생각이 아니다. 사람들 곁에서, 나와 비슷한, 혹은 나와는 조금 다른 사람들의 취향에 공감하면서 책을 매개로 대화하며 살아가는 것, 그것이 작은 서점들의 중요한 꿈이 아닐까(물론 생계는 유지되어야겠지만). 그래서 거리마다 이런 가게들이 늘어갈 때, 사회는 좀 더 건강해지지 않을까 싶기도 하다.
서점 운영의 구체적인 방식보다는, 어떤 콘셉트를 가지고 운영할 때 효과적일지, 또 개인서점을 운영한다는데 어떤 마음가짐이 필요한지 같은 것들을 안내받은 느낌이다. 전국의 모든 작은 서점 사장님들에게 응원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