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드웨이
롤랜드 에머리히 감독, 에드 스크레인 외 출연 / 디온(The On) / 2020년 4월
평점 :
품절


지피지기.


영화 미드웨이는 제2차 세계대전 당시 미국과 일제 사이에서 벌어졌던 해전을 소재로 제작된 영화다일제의 기습적인 진주만 공격으로 미국은 큰 타격을 받았고이는 그제까지 명목상 중립을 지키고 있던 미국이 전격적으로 전쟁에 참여하는 계기가 되었다.


지도를 보면 알 수 있지만진주만이나 이 영화의 배경이 되는 미드웨이나 모두 태평양 한 가운데 있는 섬들이다미국이 왜 그렇게 진주만에서 엄청난 타격을 입었는지에 관해서는 여러 설명들이 있지만이 넓은 바다에서 적들이 어디로 움직이고 있는지 정확히 알 수 없었다는 데 가장 큰 이유가 있지 않았을까 싶다그리고 이 점은 결국 일제가 미드웨이 해전에서 미국에 패하게 된 결정적인 이유이기도 했다.


오늘날처럼 고성능의 인공위성과 레이더 등을 통한 감시도 빠져나갈 구멍이 얼마든지 있는 상황에서, 60년 전이야 적의 동태를 파악하는 일이 얼마나 어려웠을까영화 속에서도 나오듯 정찰기를 수차례 날려 보내서 육안으로 파악되는 결과를 모으는 게 가장 큰 정보자산 중 하나인데그 넓은 바다를 정찰기로 감시한다는 건 처음부터 한계가 많았다.


옛 병법에 지피지기 백전불퇴라는 개념이 있다적을 알고 나를 알면 백 번 싸워 물러서지 않을 수 있다는 의미인데그만큼 정확한 정보와 상황인식이 중요하다는 걸 강조하는 말이다문득 오늘날 일어나는 많은 문제들이 지피지기에 문제가 있기 때문은 아닌가 싶다상대도나도 정확히 파악하지 못한 채그저 자신의 좁은 시야에 보이는 것이 전부인 양 날뛰는 사람들을 보면 위험해 보이기까지 하다그게 그저 자기 한 몸이 아니라 많은 사람들의 삶에 영향을 끼치는 사람이라면.... 끔찍한 일이 아닌가.

 





희생.


희생이라는 가치는 이 즈음 그리 선호되는 덕목은 아니다다분히 개인주의에 물들어 있는 사회 속에서 살면서우리는 의 가치를 무엇보다 중요하게 여기게 되었다하지만 영화 속 세상에서는 조금 달랐다전쟁이라는 것이 언제 어디서 죽을 지도 모르는 비참한 이벤트이지만그 안에서 실제 전투를 수행하는 군인들은 묵묵히 자신이 해야 할 일을 감당할 뿐이다뭐 대단한 대가가 따라오는 것도 아니지만군인으로서 맡은 사명을 감당한다전쟁의 승리는그리고 국가와 같은 공동체는 이런 희생 위에 이루어지는 결과다.


당장에 무기를 없애고군대를 없애면 평화가 찾아올 것이라는 주장을 하는 사람들이 있다인류 역사상 단 한 번도 실현된 적이 없는 그림이 당장에라도 이뤄질 것처럼 생각하는 용기는 어디서 나오는 걸까이런 과격한혹은 극단적인 평화주의에서는 군대와 군인들에 관한 비난과 공격이 일어나기도 한다.(평화주의는 자신들의 행동에는 해당이 안 되나 보다. “우리는 평화운동가이니 우리가 하는 행위는 폭력일 수 없다는 걸까)


C. S. 루이스는 전쟁의 정당성과 그 안에서 실제 전투행위를 하는 군인들의 용기를 분리해서 볼 것을 제안한다국가는 때로 정당하지 않은 무력분쟁을 일으키기도 한다하지만 그것이 국제법상 규정된 전쟁의 요건을 갖추고 있다면그 안에서 명령에 따라 용기를 바탕으로 의무를 수행하는 군인들을 비난할 수는 없다는 말이다.(물론 이들이 미얀마나 홍콩에서 벌어지는 식의 민간인에 대한 탄압과 학살에 참여하고 있다면 이야기가 다르겠지만)


제복을 입은 이들의 희생과 용기는 공동체로부터 인정받아야 한다단순한 물질적 보상을 넘어 합당한 명예가 주어지는 것이 옳다애써 영웅을 만들 필요는 없지만자신이 맡은 자리에서 공동체의 요구에 따라 최선을 다한 이들은 그럴 대우를 받을 자격이 있다.

 





전쟁영화.


역사를 배경으로 제작되는 영화는 어느 정도 고증이라는 문제를 마주치게 된다특히아 이런 전쟁을 주제로 하고 있는 영화는 소위 밀덕들의 집중 분석의 대상이 된다다만 나처럼 그저 관심을 가진 애호가 수준이라면 이 영화는 충분히 즐길 수 있는 요소들이 많다일단 전쟁이라는 것이 그 자체로 엄청난 긴장감을 주는 데다서로의 사정을 파악하려는 첩보전과 동료를 위한 희생영웅적인 용기를 보여주는 캐릭터들이 더해지면 오락영화로서는 기본은 할 수 있으니까.


바다 한 가운데서 벌어지는 전쟁이다 보니자칫 밋밋하게 보일 수도 있었지만항공모함과 함재기들을 통해 다양한 그림들을 그려낸다급강하폭격기들의 시선을 따라 적의 항모를 향해 떨어져 가기도 하고반대로 항모의 승조원이 되어 공격을 막기 위해 애쓰기도 하는 등그림도 다양하다.


다만 전쟁을 지나치게 오락의 차원에서만 접근해서는 문제가 될 수 있는데특히나 실화를 바탕으로 한 이런 영화의 경우 더더욱 그럴 수 있다하지만 감독은 영화의 분위기를 어느 정도 묵직하게 이끌어 가면서단순한 오락꺼리로 전쟁을 보려는 시선을 차단한다영화 속 인물들이 제대로 웃을 수 있는 건전투가 끝난 후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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