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 K. 체스터턴의 정통 G. K. 체스터턴의 영성 고전 시리즈 1
길버트 키스 체스터턴 지음, 홍병룡 옮김 / 아바서원 / 2016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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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C. S. 루이스가 기독교로 회심하는 데 지대한 영향을 주었던 몇 사람이 있다우선 옥스퍼드 영문학과 동료교수였던 톨킨이 있었고루이스가 직접 선집을 만들기도 했던 조지 맥도널드도 중요한 인물이었다그리고 또 한 명의 선배가 바로 이 책의 저자인 체스터턴이었다.


     사실 어렸을 때는 이 작가를 그저 추리소설 작가로만 알고 있었다브라운 신부라는 주인공이 온화한 얼굴로 사건 현장을 돌아다니며 척척 해결하는 모습이 인상적이었던 작품그런데 그 작가가 이런 날카로우면서도 깊은 통찰을 보여주는 책을 쓰다니심지어 그가 쓴 대부분의 책들은 비서를 통해 구술형태로 작성된 후따로 퇴고조차 하지 않았다니 놀랄 수밖에확실히 유유상종인가보다.

 


     체스터턴은 가톨릭 신자였다영국인답게 어린 시절에는 성공회에 속해 있었지만(정말 신앙을 가지고 있었는지는 알 수 없지만후에 가톨릭으로 개종했다그리고 이 책은 그가 기독교 신앙을 가질 수밖에 없었던 이유에 관해 쓴일종의 신앙적 자서전이다.


     하지만 이 책은 일반적인 자서전과는 분위기가 많이 다르다일단 꽤나 날카로운 풍자와 정곡을 찌르는 문장들은 통상 순한’ 신앙적 자서전들에서는 볼 수 없었던 부분이다여기에 책의 구성도 일어난 사건들을 시간적 순서에 따라 배열하기 보다는(예컨대 루이스의 예기치 못한 기쁨은 이런 식으로 쓰였다), 주제에 따라 구분하고 있어서 그냥 읽으면 동시대의 철학과 문화에 대한 비판서로 읽을 수도 있을 것 같다.


     체스터턴은 자기파괴적인 당대의 주류 사상에 대해 비판적이었다예컨대 유물론은 미친 듯이 단순한 이론으로자기논리에 갇혀 있는 일종의 자폐적 사상이다그 이론은 모든 것이 물질에서 자연적으로 나온 것이어야만 한다는 한 번도 검증된 적 없는(검증될 수도 없는확신에 근거한다철학의 주류였던 회의주의에 대해서도 저자는 비판적이다그들이 가장하고 있는 가짜 겸손은 결국 아예 일하는 것 자체를 멈추게” 만들 뿐이다또 한 편에 놓여있는법과 제도로부터 벗어나기만 하려는 무정부주의는 이름만 번지르르 할 뿐정작 자신들이 활동할 수 있도록 해 주는 배경으로서의 규칙을 인식하지 못하는 바보들의 사상이다.


     체스터턴은 전통의 가치를 무겁게 받아들인다단지 오래되었다는 이유로 오늘날에는 더 이상 효용이 없다고 생각하는 얄팍한 생각은 어리석은 착각일 뿐이다오히려 오랜 시간 검증되어 온 전통은우리가 간단히 생각해 내지 못한 진리가 담겨있을 가능성이 높다오래된 진리인 기독교를 몇 가지 마음에 들지 않는 모습을 보고 내다버리는 건 경솔한 일이다.


     저자는 이 세상을 이해하는 틀로서의 기독교를 제시한다세상은 다양한 오류와 문제들로 가득하다하지만 기독교와 그 사상이 진술하는 내용이 사실이라면이제까지 조화시킬 수 없었던 다양한 현실들이 마치 흩어졌던 퍼즐이 연결되듯 하나의 그림으로 형성된다그가 기독교를 믿는 이유는 그것을 통해 세상을 이해할 수 있게 되기 때문이다.(이 점은 루이스에게서도 공통적으로 고백되는 이유다.)


     저자는 기독교에 대한 다양한 비판이 실제로는 비판자 자신들을 향한 비판에 불과함을 날카로운 풍자로 드러낸다그들은 서로 반대되는 두 가지 이유로 기독교를 비난하고실은 기독교가 말하는 것과 상관 없는 이유로 기독교를 몰아세우려고 한다.

 


     곳곳에서 루이스를 떠올리게 하는 문장들이 보인다확실히 루이스가 영향을 많이 받았던 저자라는 걸 알 수 있는 부분일부 내용은 풍자의 형식이기에 표면적인 문장 그대로 읽으려고 해서는 안 된다는 걸 기억해야 한다논쟁을 두려워하지 않고자신의 생각과 신앙을 당당하게 드러냈던 위대한 작가의 글을 읽는 건꽤나 짜릿한 일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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