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동하며 기다리는 하나님나라
크리스토프 블룸하르트 지음, 전나무 옮김 / 대장간 / 2018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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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블룸하르트라는 이름이 익숙하지는 않다그런데 이게 나만 그런 것이 아닌 것 같은 게이 책의 서문에서 한참을 설명하는 게 블룸하르트가 유명하지는 않지만 중요한 인물이라는 내용이니까.


     블룸하르트는 독일 출신의 목회자로신유의 은사를 가지고 있었던 아버지의 뒤를 이어 목회자가 되었지만특별한 능력만 바라고 모이는 많은 사람들이 중요한 것을 놓치고 있다는 걸 깨닫고 잠시 일선에서 물러나기도 한다이후 목회직을 내려놓고(박탈당하고독일 사회민주당에 가입해 지방의회 의원으로 활동하기도 했다가(이 점에서는 네덜란드의 아브라함 카이퍼를 떠오르게도 한다), 첫 번째 임기를 마친 후 재선을 포기하고 고향으로 돌아와 세상을 떠났다.

 


     블룸하르트가 평생 강조했던 것은 그리스도인들이 하나님나라를 위해 적극적으로 행동해야 한다는 점이었다그의 아버지가 설립한 공동체를 찾아오는 사람들에게서 블룸하르트는 오직 자신들의 위안에만 집중하는 신앙을 보았기에 그곳을 떠났고그가 정당에 가입했던 것도 노동자들의 열악한 상황을 개선하기 위해서였다.


     열일곱 편의 설교문이 실려 있는 이 책 전체를 관통하는 주제도 행동이다기독교 신앙의 핵심은 삶의 중심을 가 아니라 하나님과 그분의 사역에 두고 이를 위해 모든 것을 쏟아내야 한다는 것이다그러나 그의 이런 강력한 사회참여적 메시지는 당연히 종교를 영적인’ 영역에만 두려고 하는 이들의 반발을 불러왔고블룸하르트가 목사직에서 면직되었던 것도 이런 이유 때문이었다.


     그는 수백만의 사람들이 죽음으로 내몰리는 끔찍한 상황에도 아무런 행동도 하지 않는 무력한 종교는 우리를 구원할 수 없을 것”(79)이라고 말한다. “감정적인 체험을 따라다니는 신앙생활”(96)도 그는 경계한다심지어 주님을 진심으로 따르는 자들에겐 실제적인 일들이 너무 많이 맡겨져서 오랫동안 기도한다거나 교회에 앉아 있을 시간조차 없을지도 모른다(97)고까지 할 정도였으니까.


     블룸하르트는 하나님나라의 현시를 굳게 믿고 있었던 것 같다블룸하르트에게 그 나라는 먼 훗날혹은 우리가 죽은 뒤에나 맞이하게 될 위안의 상태가 아니고지금 여기에서 체험하고또 그것을 위해 애써야 할 실제적인 것이었다그리고 이 인식은 복음서 속 예수님의 그것과 일치한다여기에 실린 그의 말들이 우리를 불편하게 만든다면그건 많은 교회들이 얼마나 복음서로부터 멀리까지 떨어져 나왔는지를 생각해 봐야하는 부분일 것이다.



     하나님나라의 일을 하기 위해서는 정장이 아니라 일복(작업복)’을 입고 있어야 한다는 말이 귓전을 때린다교회기독교를 생각할 때 떠오르는 복장이 무엇인지 생각해 보는 건우리의 길이 바른 방향으로 가고 있는지를 확인할 수 있는 효과적인 표지 중 하나인 것 같다.


     물론 어떤 사람에게는 쉼과 위로가 필요할 때도 있다그러나 기독교 신앙은 침대에 누워서 잠투정을 부리는 사람들이 아니라 세상을 변화시키는 위대한 계획을 따라 행동하는 사람들을 길러내야 한다오늘 우리는 제대로 그 길을 가고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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