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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심 (양장본) ㅣ IVP 모던 클래식스 9
짐 월리스 지음, 정모세 옮김 / IVP / 2008년 10월
평점 :
절판
짐 월리스의 책을 세 권 째 읽는다. 첫 번째는 『하나님의 정치』였고, 두 번째는 『부러진 십자가』, 그리고 세 번째가 이 책인 『회심』이다. 시간적으로는 이 책이 1981년에 출판되었다는 이 책이 훨씬 더 먼저지만(2005년판 새로 쓴 서문에 『하나님의 정치』 출판 홍보에 관한 이야기도 실려 있다), 개인적으로는 이 순서가 썩 나쁘지 않았던 것 같다. 『하나님의 정치』는 매우 인상적인 책이어서 더불어 작가에 대한 관심을 더 불러일으켰고, 그 덕분에 비슷한 주제를 담고 있는 나머지 두 권의 책도 읽게 되었으니까.
잘 알다시피 짐 월리스는 믿음의 고백을 중요하게 여기는 보수적 기독교인들과 사회적 참여와 행등을 중요하게 여기는 진보적 기독교인들 양쪽으로부터 동시에 호불호가 갈리는 인물이다. 한쪽에서는 이 양편을 적절하게 통합해냈다는 호평을 받는가 하면(나도 이쪽에 속한다), 다른 편에서는 월리스가 어쭙잖게 자신들의 믿음을 깎아내린다는 불평을 사기도 한다. 하지만 그가 실제 삶에서 어떻게 하고 있는지 정확히는 알 수 없으나, 적어도 책으로만 보면 제대로 균형을 잡고 있는 것 같다. 이 책도 마찬가지다.
저자가 이 책에서 강조하는 건 ‘회심’이다. 그리고 이 ‘회심’은 ‘죄로부터의 돌이킴(회개)으로 시작해서, 우리 삶의 모든 부분을 변화시키시는 하나님에 대한 믿음’으로 정의된다. 저자는 반복해서 믿음의 ‘역사성’을 강조하는데, 이는 믿음이 추상화, 형해화 되어버린 상황에 대한 적극적인 반박이다. 저자에 따르면 믿음이란 단지 개인의 신념이 바뀌는 것에만 머물 수 없다. 그것은 온 세상을 향한 하나님의 관심에 적극적으로 동참하는 모습으로 나타나야 한다.
책은 오늘날 세계에 만연한 불의, 그 중에서도 빈부격차의 문제를 지적하면서, 그리스도인들이 이 문제를 외면하는 것이 신학적으로 얼마나 잘못된 일인지를 차근차근 지적한다. 교회는 이 문제에 관한 제대로 된 비전을 세워야 하는데, 이 비전은 새로운 것이 아니라 교회가 처음부터 가지고 있었던(그러나 잊혔던) 것이다.
책 말미에서 저자는, 이 모든 현실적인 관심과 도전과 함께 전통적인 예배와 기도, 찬양의 중요성을 다시 한 번 강조한다. 이건 기독교의 ‘근원’에 해당하는 것으로, 이런 의식들을 통해 기독교인들은 새로운 힘을 얻고, 앞서 언급한 하나님 나라 비전을 실천할 수 있는 힘을 얻게 된다는 것.
오늘날 교회는 ‘개인주의’와 ‘물질주의’라는 덫에 깊이 걸려있다. 교회가 듣고 있는 많은 비난들은 대개 이 두 문제와 얽혀 있다. 아마도 가장 큰 문제는, 교회가 이런 문제들과 너무 달라붙어서 이것이 문제라는 의식 자체를 하지 못하는 경우일 것이다. 월리스가 깊이 느끼고 있던 미국식 복음주의의 문제점도 바로 여기에 있다.
다행이라고 해야 할까, 그래도 오늘날에는 이 문제와 관련해 좀 더 나은 생각을 하는 사람들이 늘어나고 있다(물론 이건 확증편향일 수도 있다. 계속해서 그 쪽에 관련된 사람들의 생각과 글들을 읽다보면 생길 수 있는). 다만 코로나19 같은 위기 상황에서 교회가 가지고 있는 공동체와 나눔이라는 가치는 더욱 빛을 발할 수 있을 텐데, 아쉽게도 이 부분이 제대로 힘을 발휘하고 있지는 못한 것 같다. 좀 더 젊은 세대가 주류가 되면 상황이 달라질까 싶지만, 의외로 젊은이들도 완고한 개인주의자인 경우가 많으니 어떤 식으로 나타날지.
“교회가 세상에 어떤 질문도 던지지 못할 때, 복음전도 역시 쇠퇴한다”는 문장이 인상적이다. 세상을 너무나 닮아버린 교회는 더 이상 아무런 ‘질문’도 불러일으키지 못할 것이다. 그렇다고 의식적으로 무조건 세상과 반대로만 행하는 청개구리가 되라는 말은 아니다. 우리의 몸이 딛고 있는 땅을 부정할 수는 없으니까. 다만 그 ‘땅’을 제대로 사용하는 방법은 세상에서 배울 것이 아니라는 건 기억해야 한다.
기독교의 총체적 복음을 담은 고전. 읽어볼 만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