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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래도, 고양이 - 닿을 듯 말 듯 무심한 듯 다정한 너에게
백수진 지음 / 북라이프 / 2020년 3월
평점 :
동네에 사는 길냥이 ‘나무’를 입양해 5년 간 함께 살아온 이야기를 에세이로 엮어 낸 책. 원래는 한 신문에 연재했던 내용이라고 한다. 매체에 맞게 각각의 이야기의 분량은 그리 길지 않고, 한 눈에 읽기에 좋을 만한 정도다. 사람을 두려워하지 않는 ‘나무’를 처음 만나고, 입양하는 과정, 그리고 함께 살아가면서 일어나는 크고작은 소동들, 고양이와 함께 살 때 느낄 수 있는 만족감 등, 대체로 가볍고 포근한 이야기들이지만, 고양이를 키우는 사람으로서의 일종의 소회를 담고 있는 마지막 4장의 경우는 아주 조금 주변의 ‘시선’에 대한 진지한 반응이 담겨 있다.
최근 고양이에 관한 이야기가 여기저기서 보인다. 유튜브만 봐도 고양이를 주인공으로 하는 채널이 몇 개씩이나 존재하는 걸 보면(유튜브의 알고리즘은 왜 자꾸 나에게 고양이 영상들만 추천하는가...), 확실히 ‘이야기’가 되는 주제인 듯하다. 다만 그 중에서도 내가 계속 찾아보게 되는 이야기는, 고양이를 고양이로 인정하는 채널들이다.
무슨 말이냐면, 종종 어떤 이야기들에서는 고양이를 지나치게 의인화해서 마치 사람인 양(대개 이 경우 ‘어린 아이’로 치부된다) 인위적인 ‘구도’를 만들려고 하는 경우들이 보인다. 일부에서는 카메라 앞에서 고양이가 좀 더 다양한 행동을 할 수 있도록 촬영을 앞두고 밥을 굶기기까지 한다는 소문도 있으니...(생명을 가지고 장난하는 것들은 지옥에 떨어지길)
사실 도시라는 공간은 고양이에게 자연스러울 수 없는 자리다. 인위적으로 만들어진 인공 구조물들 속에서 고양이들의 건강과 생명은 끊임없이 위협을 받는다. 특히나 길에서 사는 길냥이들은 원래 수명의 1/3도 제대로 살지 못하는 경우가 많을 정도. 이 외로운 생명들을 위해 먹이를 챙겨주고 쉴 곳을 마련해 주는 일은 박수를 받을 만한 일이다. 다만 그 녀석들의 ‘삶’에 우리가 지나치게 개입하는 건 조심해야 하지 않나 싶은 생각이다.
물론 자연스럽게 녀석들과 교감을 하게 되는 건 충분히 가능하겠지만... 이 책에서도 살짝 언급되듯, 인간의 시간과 고양이의 시간은 다르다. 우리가 보기에는 귀엽고, 아기 같다고 하더라도 사람으로 치면 성년이 된 경우가 많다. 어느 정도 인공적 환경은 어쩔 수 없다고 하더라도, 가능하면 녀석들의 삶을 살 수 있도록 돕는 선이어야 하지 않을까.
책 전체에 묻어있는 고양이에 대한 애정이 잘 와 닿는 내용이다. 고양이를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킥킥대면서 볼 수 있는 이야기들도 많고. 개인적으로는 즐겁게 읽었다. 그리고 문장의 곳곳에서 묻어나오는 작가의 섬세함도 마음에 든다. 이런 집사와 함께 사는 고양이라면 그래도 행복할 듯.