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세기 말을 배경으로자원고갈과 환경오염으로 더 이상 사람이 살기 어려운 지경이 된 지구를 떠나우주에 새로운 거주구역 UTS를 만든 인류그리고 이곳 UTS를 지배하는 설리반이라는 존재는 절대적인 권력을 지니고 있었다당연히 그곳은 돈이 넉넉한 사람들만 들어갈 수 있었고인류의 95%는 여전히 지구에 남아 살 수밖에 없었다.


     사실 영화 속에서 그려지고 있는 거주구역의 분리는 이미 오래 전부터 지적되어 왔던 문제다지구적으로 보면 남북격차는 여전히 해결되지 않은 상태이고개별 국가 안에서도 소위 부촌과 빈촌도시와 농어촌수도권과 지방 사이의 격차는 시간이 지날수록 점점 강해지고 있는 것도 사실인위적으로 임대주택과 분약주택을 섞어서 이런 격차를 해소해보려는 시도도 있었지만분리주의라는 이 악령은 그 사이사이를 파고들어가 사람들 사이를 떨어뜨려 놓고 있다.


     일명 요새 주택도 그런 일환이다미국 등지에서는 고급 주택단지를 아예 높은 담장으로 둘러싸고자체적인 경비원을 두고 그 안에 병원과 학교 등 필요한 시설을 자체적으로 설치하는 일들도 있다외부인의 출입 자체를 막아 자신들끼리 살겠다는 것인데우리나라에도 흔히 “OO팰리스(궁전)” 하면서 외부의 출입을 막는 주거시설들이 독버섯처럼 여기저기 솟아나고 있다넓게 보면 부동산 투기에 동참해 결과적으로 가난한 이들을 내쫓는 이들도 영화 속 설리반과 다를 게 없는 인간들이다.

 





     그들 중에는 인류가 만들어 놓은 수많은 우주 쓰레기들을 수거하는 일을 하며 사는 이들도 있었는데영화의 주인공 승리호의 선원들이 모두 그런 사람들이다저마다의 사연을 가지고 있는 그들은(영화 속에서는 태호를 제외하고는 이 부분이 너무 간단하게 지나가버린다엄청난 성능(?)의 쓰레기 처리선 승리호을 타고 다니며 조금은 얄밉게 살아가는 중.


     소외된 이들과 쓰레기가 하나로 묶이는 모습도 인상적이다실제로 지구상에는 쓰레기에 의존해서 살아가고 있는 사람들이 적지 않다가난한 나라에서는 쓰레기 마을이라고 불리는 지역들이 형성되어 있는데이들은 소위 선진국들에서 돈을 주고 처리해버린 쓰레기들이 모이고그 안에서 팔 만한 것들을 골라내 생계를 유지한다.


     이런 예는 그 외에도 많다전근대적 방식으로 채굴이 이루어지며 화학약품에 절어 있는 광산 마을이라든지 열 살도 되지 않은 아이들을 착취하며 이루어지는 아동노동 경제여성의 성을 상품으로 판매하는 성매매업자들 등가난한 이들은 언제나 깨끗하지도건강하지도 못한 일로 내몰린다.


     영화 속에서는 그렇게 쓰레기를 치우는 이들이 유토피아의 지배자에게 통쾌한 한 방을 날리지만현실 속에선 좀처럼 그런 일은 이루어지지 않는다흥미로운 건 1인 1표제를 보장하는 민주주의 국가에서도 언제나 소수의 기득권층들이 다수를 지배하는 일들이 일어난다는 건데온갖 정치적사회적 분석들이 나와 있지만이 부분은 논리보다는 심리 쪽의 문제가 아닌가 싶기도...

 





     영화는 어느 날 승리호의 선원들이 폭발형 안드로이드” 소녀 도로시를 만나며 벌어지는 코믹 액션 우주 활극인데실은 그 소녀가 인간이었고불치의 병을 치료하기 위해 주입한 나노 로봇들의 효과로 특별한 능력을 갖고 있다는 설정이다원작 웹툰에서는 그 소녀가 설리번의 생명을 유지하는 데 중요한 기능을 하고 있다는 내용도 있었는데영화상에서는 그 부분이 빠졌다대신 행성을 테라포밍할 수 있는 능력을 가진 소녀를 제거함으로써자신의 영향력을 공고히 하려는 설리반의 흑심이 전면에 내걸린다. (이 부분에서는 웹툰 쪽이 좀 더 개연성이 있어 보이긴 하다)


     인류의 진정한 희망이 당장은 아무 힘도 없어 보이는 소녀에게 달려 있다는 메시지는 의미심장하다결국 이 다음 세대들을 어떻게 보호하고 양육하느냐에 따라우리의 미래가 달라질 것이다이미 자신이 가진 것을 지키려고 하는 기성세대기득권층들은 어차피 새로운 변화에 저항할 수밖에 없고결국 오늘 우리가 겪는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힘은 새로운 생각을 가진 새로운 세대들일 것이다우리는 이 일을 잘 해 내고 있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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