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조가 세상을 떠나면서 급격히 바뀐 조선의 정치지형그리고 이 과정에서 유배를 가게 된 정씨 삼형제그 삼형제의 막내가 정약용이고맏이가 이 영화의 주인공인 정약전이다가난한 흑산도로 귀향을 온 약전(설경구)섬사람들은 그래도 친절하게 맞이해 준다그가 무슨 죄를 지어 왔다고 해도자신들에게는 손님이라는 생각.


     섬에는 물질을 하며 생계를 꾸려가면서도 혼자 글공부를 하고 있는 청년 창대(변요한)가 있었다양반의 서자로 태어나 아버지로부터 인정받지 못하는 태생적 한계를 가지고 있지만 배움에 관한 열정은 식지 않았던 그를 약전은 눈 여겨 보기 시작했고결국 서로가 가진 지식을 교환하는 관계를 맺게 된다약전은 창대에게 글공부를 가르치고창대는 약전에게 섬의 생태를 가르쳐주어 후에 자산어보라고 불리는 일종의 생태백과를 편찬할 수 있도록 돕기로 한 것.

 





     감독이 어느 인터뷰에서 했던 말처럼영화는 뭔가 대단한 사건보다는 보통 사람들의 특별할 것 없는 삶의 이야기를 그려낸다중앙 정치무대와는 멀리 떨어진 섬에서수탈을 당해도 어디 하소연할 데도 없지만그래도 함께 사는 법을 아는 그런 평범한 사람들덕분에 영화는 시종일관 평안함을 준다사실 좁은 섬 안에서는 일어날 수 있는 일의 경우수가 매우 적긴 하다.


     하지만 그래도 이렇게 편안해서는 조금 부족하다 싶었는지감독은 창대를 섬 밖으로 내 보낸다이 과정에서 스승인 약전과의 사이에도 약간의 충돌이 생기지만사실 이 정도는 어른들의 사정으로 충분히 이해하고 넘어갈 수도 있을 정도다다구나 창대의 상황이라면 충분히 그럴 수도 있겠다 싶은 생각이 드는 설정이었으니까.


     감독은 이 에피소드를 통해 인물들이 처한 시대상황에 대한 쓴소리를 담아낸다어린 소나무부터 뽑아내는 가거댁의 모습이나환곡을 위해 빌려주는 곡식에 모래를 섞는 모습들죽은 지 수년이나 된 사람과 갓 태어난 아이에게도 매겨지는 군포 등우리가 흔히 국사시간에 배웠던 조선 후기 삼정의 문란을 생생하게 보여준다부패가 극에 달한 세도정치는 말단에서부터 백성들의 삶을 말려죽이고 있었지만윗자리에 앉은 인간들은 학자연하며 성리학의 도나 운운하며 정적들을 제거하기에 바빴으니...(또 그런 성리학지상주의가 창대 같은 민초들에게까지 퍼져있었으니...)


     입만 열면 국민국민 하면서 정작 자기들의 이권 챙기기에 여념이 없는 오늘의 정치인들과도 크게 다르지 않은 모습이다그러니 이제 겨우 초등학생인 아이들까지 비트코인에 빠져있고주식으로 대박을 노리겠다는 투기꾼의 길을 어쭙잖게 따라하는 걸 보면서 이상하게 여길 필요도 없다.(난 왜 사람들이 자기들이 만들어 놓은 끔찍한 결과를 보고 놀라는 척을 하는지 모르겠다.)

 





     영화 전체를 흑백으로 제작해 독특한 느낌을 준다앞서 같은 감독의 동주와는 또 다른 느낌영화를 통해 새로운 정보를 얻을 수 있었던 것도 있지만이런 영화는 그보다는 사람 사는 이야기짙게 묻어나는 사람 냄새가 더 크게 와 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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