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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의회 역사를 걷다 - 사회사로 읽는 공의회 ㅣ 그리스도교 낯선 전통
최종원 지음 / 비아토르 / 2020년 10월
평점 :
개인적으로 자주 하는 말이지만, 좋은 책은 최소한 둘 중 하나는 갖춰야 한다고 생각한다. 아주 창의적인 생각을 담고 있거나(루이스의 책들이 보통 여기에 속한다), 익히 알려져 있지만 그 내용을 효과적으로 정리했거나. 이 책은 그 중 두 번째 요건을 효과적으로 충족시키고 있다. 이런 책을 낼 정도면, 저자의 다른 책들도 한 번 찾아봐야겠다는 생각이 들게 만드는 책.
개신교회에서는 공의회라는 것의 존재도 그다지 잘 알려져 있지 않다. 우선은 이게 가톨릭적인 유산이라고 생각하는 듯하고, 개신교 특유의 얕은 역사의식도 한 몫을 하는 것 같다. 예컨대 우리는 근래에도 ‘초대 교회로 돌아가자’라는 식의 실현 불가능한 몰역사적 구호를 자주 들을 수 있다.(어떤 식으로 초기 기독교 시절로 돌아가겠다는 것인지, 그에 앞서 그 시대에 관한 정확한 역사적 정리는 하고 있는 건지)
그나마 조금 나은 상황이라고 해도, 흔히 초기 7개 공의회라고 불리는, 가톨릭과 동방교회, 그리고 개신교회에서 공통적으로 수용하는 결의를 도출한 공의회에 대해서만 조금 알 뿐이다. 사실 이 책도 아마 그 정도의 범위를 다루지 않을까 싶었지만, 책장을 몇 장 넘기면서 애초의 기대가 완전히 틀렸다는 걸 깨달았다. 책은 그 일곱 번의 공의회가 끝난 후, 여덟 번째 공의회부터 20세기에 있었던 제2차 바티칸 공의회까지를 다룬다.
책 제목에도 나와 있듯 이 책은 단순히 공의회의 결의를 신학의 변천사로 정리하지 않는다. 저자는 각각의 공의회가 열리게 된 원인을 역사적 배경 속에서 찾고자 했고, 자연히 책은 일종의 역사책처럼 되어버렸다. 물론 공의회를 중심으로 책이 구성되기에, 책 속의 역사가 균일한 속도로 흘러가지는 않는데, 예를 들면 종교개혁에 대항해 열린 트리엔트 공의회부터 제1차 바티칸 공의회까지는 수백 년의 시간이 갑자기 흘러간다.
공의회들의 역사를 보면서 자연히 교회의 흥망성쇠를 따라갈 수 있다. 초기(여덟 번째)의 공의회들은 게르만족의 침입 앞에서 교회의 권위와 리더십을 지키기 위한 목적을 가지고 있었고, 이후에는 점차 교회의 세속권력을 확장하는 쪽으로 결의들이 이루어진다. 그러나 중세 후반 새롭게 등장한 민족국가들의 대두로 교회는 방어적으로 변해갔고, 종교개혁과 이어지는 종교전쟁기를 거치면서 점차 잃어가는 영향력에 대한 반발로 완고한 보수주의로 고착되어 나간다. 이성의 지배가 이루어지는 현대에 와서는 신비적 교회를 천명하며 반동적으로 변해가던 가톨릭 교회는 제2차 바티칸 공의회에 와서 완전히 새로운 방향의 전환을 보여준다.
1,500년 가까운 역사를 공의회라는 키워드를 가지고 효과적으로 요약해 내는 실력이 보통이 아니다. 그리고 그 과정이 재미있기도 하니 금상첨화다. 특히 대부분의 공의회가 열렸던 중세 기간의 교회사에 대해서는 꼭 참고할 만한 책이 아닌가 싶다.(이미 저자가 쓴 다른 책 두 권을 장바구니에 넣어두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