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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밀 결사대, 마을을 지켜라 ㅣ 고래뱃속 창작동화 (작은 고래의 바다) 3
박혜선 지음, 정인하 그림 / 고래뱃속 / 2021년 2월
평점 :
동생이 얼마 전 네 번째 조카를 낳았다. 벌써 큰 조카가 내년이면 초등학교에 들어간다고 하니, 아이들에게 동화책을 선물하고 싶어서 골랐다. 동물들을 주인공으로 하지만, 사람들과 함께 사는 이야기를 다루는 작품인데, 재미있는 발상에 은근 사회적 메시지도 담고 있는 괜찮은 작품이다.
주인공인 토끼는 마을 주민이라고는 딱 할머니 세 분만 사는 어느 시골 마을 근처에 살고 있는 녀석이다. 친구들로는 고라니, 멧돼지, 비둘기, 다람쥐가 있는데, 여느 때처럼 할머니들이 농사짓는 작물들을 마구 헤쳐 먹다가 충격적인 소식을 듣는다. “계속 이렇게 들짐승들이 농사를 망치면 마을을 떠나야겠다”는.
할머니들이 떠나면 당장 먹고 살 일이 걱정된 동물들은 비밀 작전을 통해, 할머니들이 마을을 떠나지 않도록 만들고자 한다. 농작물은 특별한 날에만 조금씩 먹고, 할머니들의 건강을 위해 억지로라도 몸을 움직이게(?) 해야겠다는 것. 그렇게 할머니들과 함께 사는 법을 택한 동물들의 마음이 전해졌는지, 할머니들도 그런 동물들에게 마음을 열고 함께 살게 된다는 이야기.
일단 그림체가 귀엽다. 비밀결사대 동물들도 그렇고, 할머니들도 개성 있게 잘 그렸다. 그림작가에게 박수를. 갈수록 노령화 되어가는 농촌 문제와, 자식들이 오기를 바라며 자신의 생일날 아침 일찍부터 음식을 준비했지만 결국 친구 할머니들과 식사를 할 수 밖에 없었던 숙자네 할머니의 이야기에서는 살짝 찡하기도 하고. 작가는 이런 이야기를 토끼의 관점에서 조금은 엉뚱하게 이해하고 서술하지만, 그게 더 마음이 아픈.
이야기는 종을 뛰어넘는 공생이라는 메시지를 던져준다. 세상은 인간들을 위해서만 존재하는 게 아니라는 걸 우리는 조금 더 빨리 기억해야 했다. 이야기 속 동물들조차 할머니들과 함께 살기 위해 자신들의 탐욕을 절제해야겠다는 결심을 하는데, 우리는 얼마나 더 자연과 다른 생명체들을 해치며 욕심을 채우려고 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