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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자의 자리로 - 그 나라를 향한 순전한 여정
C. S. 루이스 지음, 윤종석 옮김 / 두란노 / 2020년 11월
평점 :
얼마 전 읽었던 『기도의 자리로』와 함께 나온 책이다. 기본적으로 앞선 책의 리뷰에 썼던 내용과 비슷한 감상이다. 존댓말을 사용하지 않는 루이스의 글은 조금 어색하고, 기존에 다른 출판사에서 나온 책과 차이점을 두어야 한다는 출판사와 번역자의 의식도 어느 정도 이해가 되긴 한다.(어느 쪽이 원문을 더 잘 번역했다는 말은 아니다. 개인적으로 그 정도의 실력은 없다.)
번역에 관한 이슈를 잠깐 미뤄두고 보면, 역시 루이스는 루이스라는 생각이 든다. 여러 권의 책들에서 뽑아낸 단편적인 글들이지만, 금세 그의 논리 속으로 빠져 들어가게 된다. 이번 책은 그리스도인으로서 살아가는 데 도움이 될 만한 조언들을 중심으로 모은 글들인데, “하나님과의 바른 관계가 다른 피조물들과의 관계도 교정한다”는 내용을 바큇살과 중심축, 테두리에 빗대 설명한 『순전한 기독교』의 한 부분부터 그 비유의 적절함에 감탄하게 된다. 또, 전쟁의 상황에서도 지적 활동과 미적 활동을 그만둘 수 없는 이유, 국가나 이념에 대한 과도한 충성이 왜 기독교적이지 못한 지를 능숙하게 설명하는 부분 등도 아주 인상적이다.
C. S. 루이스는 20세기 전반부를 살다 간 인물이지만, 그의 글은 21세기에 들어서도 여전히 빛을 발한다. 그 사유의 깊이는 물론, 독자와 대중이 알아들을 수 있도록 적절한 비유와 예시를 통해 전달하는 표현력과 문장력까지, 개인적으로는 20세기에 나타난 교부라고 불러도 좋지 않을까 싶을 정도(루이스의 책은 초기 교부들이라고 불리던 분들의 글에 크게 뒤지지 않는다).
이 책의 바른 용도는 아직 루이스를 알지 못하는 사람들에게 그의 글을 소개하고, 나아가 이 책 속에 언급된 원래의 책들을 찾아 읽어보도록 만드는 것일 듯하다. 이 책이 좋았다면 여기서 만족하지 말고, 직접 그 글의 원래 맥락이 무엇이었는지 찾아서 읽고 좀 더 큰 기쁨을 얻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