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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회에서 쓰는 말 바로잡기
이복규 지음 / 새물결플러스 / 2020년 10월
평점 :
아, 반가운 책을 읽게 됐다. 올해는 연초부터 계속 흥미로운 책이 독서리스트에 추가된다. 국문학 교수인 저자가 교회 안에서 발화되는 다양한 ‘말’들 가운데 어색하거나 부적절한 표현들을 골라내 항목별로 정리해 엮은 책이다. 그래 우리에게 이런 정리가 필요했다. 얼마나 많은 기독교인들이 어법에도 맞지 않는 말을 너무나 태연하게 사용하거나, 곰곰이 따져보면 신학적으로도 문제가 있는 이야기들을 일상적으로 쓰는지 모른다.
말과 글에 특히 민감하게 반응하는 사람들이 있다. 저자처럼 국문학을 전공했다면 더욱 그럴 테지만, 나도 이런 부분이 특히 민감하게 다가온다. 사람들이 하는 말이 문장으로 쉽게 치환되는 편인데, 그러다 보니 기본적인 주술호응도 안 되거나 분명 찾아보면 신학적으로도 잘못된 내용들이 관행적으로 사용되는 모습을 자주 보게 된다.
물론 어떤 경우는 단순히 몰라서 그러는 것일 게다. 하지만 분명 잘못되었다는 내용을 듣고 나서도, 부주의 때문에, 혹은 관행이라, 귀찮다고, 심지어 자신이 옳다고 우기는 일들까지 있으니 답답한 일이다.
예를 들면 책에서는 언급되지 않았던 ‘축복’이라는 단어가 있다. 한문으로 ‘빌다’는 의미의 ‘축’과 ‘복’을 붙여서 ‘복을 빌다’라는 동사다. 이 말은 ‘축복하다’로 사용되는 게 문법적으로 맞다. 그리고 이 단어를 하나님에게 붙이는 건(예컨대 ‘하나님의 축복’) 신학적으로도 문제가 있다. 하나님이 누구에게 복을 빌어서 우리에게 준다는 말인가. 하나님은 복을 주시는 분이지, 복을 비는 분이 아니시다.
하지만 워낙에 오랫동안 ‘축복’이라는 단어가 무슨 신령한 표현처럼 사용되면서, 이젠 아무리 말해도 고칠 생각 자체를 안 한다. 심지어 어떤 사람들은 ‘축복’의 사전적 의미는 그렇지만, 교회에서 워낙에 다른 의미(특히 하나님이 주시는 복이라는 뜻으로)로 자주 사용되니 그냥 단어에 새로운 의미를 추가하자는 어이없는 주장도 한다.(한문의 뜻은 어쩌고)
높임법이 발달한 우리 언어의 특성을 제대로 알지 못하고 사용하는 부분도 눈에 많이 거슬린다. 책에 나온 예로는 ‘종님’, ‘설교말씀이 계시겠습니다’, ‘(축도할 때) ~은혜가 계시기를’, ‘복이 계실지어다’, ‘드린 헌금’ 등이 있는데, 높임법은 인격체에만 사용하므로, 복, 말씀, 은혜, 헌금 같은 게 아무리 신령한 것들이라도 높일 수 없다. 심지어 ‘(목사를 가리켜) 종님’은 뭔지..
이외에도 찬송을 ‘준비’나 ‘예식의 시작을 알리는 신호’ 정도로 전락시키는 표현들(‘찬송하므로 회의를 시작하겠습니다’)이나, 하나님께 기도하면서 ‘하나님을 찬양하라’라는 의미의 ‘할렐루야’로 시작하는 일들 등 내용을 아는 사람이라면 불편한 표현들도 많이 지적된다.
사실 가장 인상적인 부분은 나 역시 제대로 그 용법을 몰랐던 부분들인데, ‘영원한 이별을 위한 의식’이라는 ‘영결식’을(이건 부활신앙을 갖고 있는 기독교인들에게 어울리지 않는다) 그저 고상한 표현쯤으로 여겼던 면이 있었고, 우리말 어법에서 직책을 이름 뒤에 붙여 소개하는 건 교만한 표현일 수 있다는 지적은 고개를 크게 끄덕였다.(저자는 직책을 이름 앞에 두는 게 겸손한 표현이라고 말한다. 예) 목사 김OO)
사실 이런 부분을 제대로 가르쳐주는 곳이 없다. 그저 교회에서 알음알음 듣고 배우는 게 전부. 그게 맞는 표현인지, 틀린 표현인지를 제대로 따져보는 일은 없었다. 그러니 잘못된 표현들이 점점 사라지기는커녕, 오히려 뭔 뜻인지도 모르는 젊은 사람들도 그대로 따라하는 지경에 르게 됐다.
이런 책을 신대원 다니는 동안 꼭 한 번 읽거나 듣고 성경시험처럼 반드시 패스해야 하는 과목으로 삼았으면 좋겠다. 아무래도 교회에서 가장 말을 많이 하는 게 교역자들이니, 그들의 언어부터 정립된다면 조금씩 교회 안의 말들도 제대로 자리를 잡지 않을까. 읽는데 그리 많은 시간이 걸리지 않으니 주변에 자주 권하고 싶은 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