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회의의 정체 - 아베 신조의 군국주의의 꿈, 그 중심에 일본회의가 있다!
아오키 오사무 지음, 이민연 옮김 / 율리시즈 / 2017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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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대한민국과 일본은 여러 가지 면에서 닮은 점이 많다오래 전부터 우리나라는 대륙의 선진문화를 섬나라 일본에 전해주는 통로의 역할을 해왔고조선시대만 하더라도 통신사 일행을 극진히 떠받들 만큼 우리나라는 일본에 많은 영향을 주었다이랬던 상황이 일제강점기를 전후해서 크게 변해버렸다. 36년 동안의 강점기 동안 일본의 문화가 우리나라에 영향을 끼쳤고일본제국군 출신의 독재자와 그 아류들이 통치하던 군부독재 기간 이런 경향은 고착화되었다최근에야 K팝을 비롯한 우리나라 문화가 다시 일본에서 널리 인기를 끄는 상황이 되긴 했지만이렇게 가까이 위치한 두 나라는 서로 질투하면서도 닮은 점이 많아져버렸다.


     그 중에서도 가장 큰 영향을 받은 부분이 있다면 바로 정치가 아닐까 싶다전후 일본을 지배해 온 자민당의 일당독주는불과 얼마 전까지만 하더라도 우리나라에서도 그대로 발견되는 모습이었다하나의 정당이 무려 70년 가까이 집권하는 초유의 사태는 그와 비슷한 길을 걷고 싶어 하는 우리나라 보수정당과 그 소속 정치인들에게는 매우 부러운 모습이었을 것이다.


     하지만 90년 대 후반을 전후하며 우리나라는 비로소 정권교체가 이루어졌고이후 몇 번의 선거를 통해 수평적 정권교체가 이어졌고지난 박근혜 탄핵사태 이후 보수 쪽으로 기울어져 있던 정치지형이 그 상대편 쪽으로 조금은 무게가 움직여진 것 같긴 하다당연히 이런 상황에 위기감을 느낀 사람들이 있었고그렇게 쫓기는 마음으로 선택한 게 이명박 정권의 뉴라이트나 박근혜 정권의 태극기 부대가 아니었나 싶었다.


     그런데 이 책을 읽으면서보수정치인들의 이런 의아한 행동이 단지 충동적으로 이루어진 게 아닐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었다어쩌면 그건 그들의 정치적 스승인 일본 우익으로부터 학습해 이 책의 주제인 일본회의” 같은 것들을 만들려고 했던 것일지도 모르겠다.

 





     ‘일본회의는 일본의 가장 큰 우파조직이다. 2차세계대전에서 패한 후 점령군에 의해 만들어진 일본 헌법을 폐지하고일본을 전쟁 전 메이지 유신 때의 천황중심국가로 되돌리려는 망상에 빠진 우익인사들이 만든 조직과 생장의 집이라는 불교계 신흥종교와(이 세력은 현재 이탈했다고 한다신도 등의 종교세력이 연합해 만들어진 조직이다.


     책은 이들이 어떻게 영향력을 키워왔는지를 자세히 조사해 밝히고 있다그리고 이 부분이 위에서 말한우리나라 보수세력이 최근 보여주고 있는 일련의 행위들이 그대로 겹쳐지는 지점이다이들의 뿌리가 되었던 조직 중 하나는 원호법제화운동을 추진하던 단체였다과거 왕정시기 해를 표현하기 위해서는 왕이 정하는 연호 같은 게 필요했었다일본에서는 패전 후 새 헌법이 만들어지면서 이런 내용이 빠졌었는데이를 법제화하려고 했던 것이다.


     ‘쇼와 몇 년이니 하는 표현들이 그런 건데얼마 전 새로 즉위한 일왕의 원호는 레이와였다사실 그렇다고 해서 ‘2020’ 같은 서력표기가 사라지는 것도 아니고그 자체로 무슨 특별한 변화가 생기는 것도 아니었다하지만 그 내용이 왕을 중심으로 시간을 읽어나간다는우익계의 주장과 맞닿으면서 이 운동은 다양한 계층의 사람들을 모으는 구심점이 되었고정말로 그것이 법제화에 성공하면서 사람들은 그 성공의 기억을 크게 가졌다는 것.


     이후 좌파 세력의 전유물처럼 여겨졌던 풀뿌리 조직과 지방으로부터 시작해 수도로 밀고 들어오는 여론전이 효과적임을 깨달은 우파세력은마침내 일본회의라는 거대조직을 결성해 일본 사회를 과거로 되돌리고자 하고 있다주권이 국민이 아닌 천황에게 있다고 주장하고식민지배와 그로 인한 피해에 대한 사과에 반대하거나일본제국군의 군가였던 기미가요를 국가로 제정하고민주주의 교육을 부정하는 등의 시대착오적 움직임 마다 일본회의의 그림자가 드리워져 있다.


     그렇게 일본회의가 세력을 키워가자 표를 의식하지 않을 수 없었던 정치인들도 자의든 타의든 한 발을 걸쳐놓게 되면서 점점 우파시민세력과 정치인들 사이의 결합이 일어났고나중에는 단체 출신의 국회의원까지 나오면서 이런 경향은 점점 강화되고 있다얼마 전 아베는 자리에서 물러났지만일본의 중참의회의 절대 다수가 일본회의에서 여는 모임에 이름을 걸어둔 걸 보면 이런 추이는 쉽게 사라지지 않을 것 같다.

 





     앞서도 말했듯 일본의 이런 우파 풀뿌리 조직운동은 자연히 우리나라 보수파들에게도 영향을 준 것으로 보인다물론 시민운동은 좌파의 전유물이 아니다다양한 생각을 가지고 있는 시민들이 저마다의 뜻에 따라 모여 목소리를 내는 것은 그 자체로 보면 바람직한 일이기도 하다.


     문제는 그 주장의 내용일 텐데근거 없는 선동적 주장을 남발하거나 혐오와 차별을 조장하고평화 대신 무력과 폭력 사용을 옹호하는 식이라면 결코 오래 갈 수 없을 것이다한 때 우리나라에서 여러 사람들의 입에 꽤나 오르내렸던 뉴라이트라는 말이 잊히고자신들은 끊임 없이 나라를 사랑한다고 주장하는 사람들의 행동을 보며 사람들이 눈살을 찌푸리는 것도 다 그런 이유 때문이리라.


     사실 책을 읽기 전까지는 이 일본회의라는 조직이 무슨 엄청난 저력을 가지고 일본사회를 쥐락펴락하는 그림자정부 비슷한 것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있었다하지만 막상 책을 다 읽고 나니그들이 가지고 있는 사유의 얕고 천박함이라든지망상에 가까운 허황된 주장이라든지 하는 걸 보면당장에야 신사 등으로부터 들어오는 돈으로 유지는 될지 모르겠으나 일본 밖으로 그 영향력이 확장되지는 못할 것 같다는일종의 안도감도 살짝 든다저런 수준의 집단이 활개를 치고 있다면 한 나라나 그 사회 공동체의 발전은 상당히 지체될 것이고그로 인해 피해를 볼 일본의 선량한 시민들에게는 안타까운 일이지만.


     중요한 건 우리나라다일본식 풀뿌리 우파조직을 키워 정국의 주도권을 잡아보려 했던 시도는 지난 몇 번의 선거 결과가 보여주듯 실패로 돌아간 듯하다운동의 형태 뿐 아니라 메시지까지 배워왔던 것이 패착이다하지만 종교계와 우파인사들의 결합이었던 일본과 달리 우리나라는 언론까지 끼어있으니 그 영향력은 조금 더 이어질 지도 모르겠다선동에 현혹되지 말고사실을 옳게 분별할 수 있는 능력을 길러야 하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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